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이 ‘소아과 오픈런’ 현상이 젊은 엄마들의 브런치 타임 때문이라고 한 발언에 대한 여파가 커지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우 원장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소청과)의사회 회장은 8일 “소아과 오픈런의 원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된 분석 없이 ‘젊은 엄마들이 브런치타임을 즐기기 위해 소아과 오픈 시간에 몰려드는 경우가 있다’고 망발을 하다니 기가 차다”면서 “우 원장은 당장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우 원장은 의협의 계간지 ‘의료정책포럼’에 낸 시론을 통해 “젊은 엄마들이 일찍 소아과 진료를 마치고 아이들을 영유아원에 보낸 후 지인들과 브런치(아침 겸 점심)타임을 즐기기 위해 소아과 오픈 시간에 몰려드는 경우가 있다”면서 “‘소아과 오픈 때만 런’이지 ‘낮 시간에는 스톱’”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임 회장은 소아과 오픈런 현상의 원인을 잘못 짚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턱 없이 낮은 진찰료에만 의존하는 소청과 수입과 악화된 저출산 상황에 동네 소청과 의원들이 대거 폐업했다”며 “그곳에 취업해 월급을 받던 소청과 의사들이 취업할 곳이 없어지면서 소청과를 가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 전공하지 않게 됐다. 결국 동네 소청과에서 의뢰된 중환자를 받아줄 대학병원,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진료와 입원진료가 마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진의 법적 책임 부담도 작용했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이대목동병원 사태’를 언급하며 “대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사망사고 이후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하면 심지어 교수까지도 치료 결과가 안 좋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는 것을 의대생과 인턴 의사들이 봤다. 교수, 전공의 할 것 없이 5년 넘게 형사 재판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지원하지 않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우 원장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또래 엄마들을 만나서 수다를 떨며 동질감과 정서적 공감을 얻고 아이 키우는 데 힘을 얻고 스트레스가 풀린 상태로 퇴근한 남편을 맞이 하는 게 잘못된 일인가”라고 꼬집었다.
임 회장은 “우 원장은 소아과 오픈런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정부와 정치권에 그에 합당한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해야 할 지위에 있다”면서 “국민 공감을 하나라도 더 얻어도 시원치 않을 중요한 시점에 의료 현장의 제대로 된 상황 파악이나 분석조차 못하고 중책을 맡은 상태에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의사들에 대한 국민 신뢰를 크게 잃게 한 우 원장은 당장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