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7년째, 왜나라 수장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유언으로 철군 명령을 내리면서 왜군은 저마다 퇴각하기 바쁘다.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김윤석)은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해야 다시는 조선을 침략할 엄두도 못 낼 것이라며 항전 의지를 불태운다. 조·명 연합군을 꾸린 명나라 도독 진린(정재영)은 전쟁을 마치고 싶다. 이 가운데 순천에서 조선군과 대치하던 왜나라 장군 고니시(이무생)는 근방에 주둔하는 장군 시마즈(백윤식)를 설득해 이순신을 해하려 한다. 각기 다른 생각을 품은 이들 속에서 이순신은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동아시아 역사상 최대 해전으로 기록된 노량해전은 그렇게 발발한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는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명량해전과 한산도대첩을 각각 다룬 ‘명량’(2014), ‘한산: 용의 출현’(2022)에 이어 이순신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을 그린다.
영화는 이전 시리즈와 비슷한 구조를 취한다. 이순신이 처한 열악한 상황을 비춘 뒤, 그럼에도 해전에서 대승을 거두며 괄목할 공적을 세우는 전개다. 하지만 아는 맛이 더 맛있는 법. 2시간30분 넘는 상영시간 중 해전은 100분 가까이를 차지한다. 그 100분이 ‘노량: 죽음의 바다’의 핵심이다. 바꿔 말하면 해전이 나오기 전까지는 다소 지루하다. 조선과 명나라 사이 미묘한 알력 다툼과 왜나라의 혼란스러운 내부 정세, 막내아들을 잃은 이순신의 슬픔과 고뇌가 전반부를 채운다. 극 이해에 필요하나, 이를 보여주는 방식이 다소 늘어져 집중력을 해친다.
본격적인 해전 시작과 함께 극은 비로소 힘을 얻는다. 박진감 넘치는 해전 연출은 보는 것만으로도 박진감을 준다. 노련한 전술로 왜군을 교란하는 이순신의 모습은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게임 화면을 보는 듯한 화면 연출 역시 흥미를 더한다. 실제 전장에 있는 듯 생생한 음향은 몰입을 이끈다. 결사항전의 각오로 전투에 임하는 이순신이 스크린에 펼쳐지는 순간 울컥하는 마음이 절로 피어난다. 거북선은 등장과 함께 든든함을 느끼게 한다. 조선 수군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섬멸당하는 왜군 보는 맛이 쏠쏠하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시리즈의 완결편으로서도 소임을 다한다. 영화는 7년 전쟁의 희생을 돌아보면서 자연스럽게 이전 편들을 아우른다. 제 곁을 떠난 전라우수사 이억기(공명)와 광양 현감 어영담(안성기)을 떠올리는 이순신의 모습은 어쩐지 고단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자신의 싸움에 함께한다는 생각에 이순신은 다시금 일어선다. 장군 이순신과 인간 이순신을 들여다보는 대목이 뭉클함을 끌어올린다. 명나라군과 조선군, 왜군에 이어 이순신으로 이어지는 롱테이크 연출은 감탄을 자아낸다. 영화의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
많은 무게를 짊어진 작품이다.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인 만큼 흥행 성적이나 작품성에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역시나 기댈 곳은 이순신이다. 최민식, 박해일에 이어 이순신을 연기한 김윤석은 역시나 이름값을 해낸다. 일본어와 명나라 말로만 모든 대사를 소화한 백윤식과 정재영·허준호 등 배우들의 노력도 빛난다. 아쉬운 부분이 없는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배우들의 헌신과 압도적인 해전이 이를 알차게 만회한다. 오는 20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52분 32초.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