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팝 열풍 선봉장, 요아소비 내한 공연 [쿡리뷰]

J팝 열풍 선봉장, 요아소비 내한 공연 [쿡리뷰]

기사승인 2023-12-17 19:30:02
일본밴드 요아소비 멤버 이쿠라. 리벳, 카토 슘페이

“최근 10년간 J팝에 구체적인 전환점을 마련한 노래.” 일본밴드 요아소비의 히트곡 ‘아이돌’(IDOL)에 대한 현지 언론 재팬타임스의 평가다. 도쿄MX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에 삽입된 이 곡은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기였다. 요아소비는 이 노래로 미국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 정상에 오른 첫 일본 그룹이 됐다. 애플뮤직 글로벌 연간 차트에선 7위를 차지했다. 인기 K팝 그룹 뉴진스의 ‘디토’(Ditto·19위)보다 높은 순위다. 한국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무테코네 에가오데 아라스 메디아” 17일 서울 안암5동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요아소비가 ‘아이돌’ 첫 소절을 부르자, 관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어이 어이”를 외쳤다.

요아소비는 아야세(프로듀서)와 이쿠라(보컬)로 구성된 2인조 밴드다. 2019년 결성해 ‘아이돌’ ‘밤을 달리다’ ‘괴물’ 등을 히트시켰다. 한국 공연은 애초 16일 하루로 예정됐으나 티켓이 1분 만에 매진돼 일정을 하루 늘렸다. 추가된 공연도 예매 시작 1분 만에 입장권이 ‘완판’됐다. 공연장은 흡사 연병장 같았다. 여성 관객이 많은 여느 공연과 달리 요아소비 공연은 남성 관객의 지지가 압도적이었다. 낮고 굵은 함성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요아소비가 “에브리바디 스탠드 업”(Everybody Stand up·모두 일어나)이라고 호령하자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노래 사이사이 “카와이”(귀엽다), “아이시떼루”(사랑해)라는 외침도 터져 나왔다.

요아소비 멤버 아야세. 리벳, 카토 슘페이

일본 열도를 들었다 놨다 하는 두 남녀는 팬들에게 격의 없이 다가갔다. 무대에 나올 때부터 한국어로 인사하더니 “어제는 양념치킨을 먹었다. 맛있었다”고 말했다. 아야세는 한국어 인사말을 아예 대본으로 적어 왔다. “내가 바보라서 (대본을) 보면서 읽겠다”며 웃더니 “언제나 응원해주는 여러분의 소리가 일본에서도 들려온다. 고맙다. 많은 사랑과 존경심을 담아 연주하겠다”고 했다. 요아소비는 이날 ‘밤을 달리다’ ‘축복’ ‘물망초’ ‘아마도’ 등 16곡으로 90분을 채웠다. 객원 멤버 4명이 합세한 연주는 역동적이었다. 드럼이 마구 내달려 관객들 체온을 높이면, 희망찬 키보드 연주가 감성을 건드렸다. 때론 베이스가 앞서 나와 요동을 만들었고, 때로는 맹렬한 전자기타가 귓가를 긁어댔다. 서울 기온이 영하 13도까지 떨어진 날이건만 공연장 안은 한여름 록 페스티벌을 방불케 했다.

요아소비가 불씨를 댕긴 J팝 열풍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영화 ‘원피스 필름레드’(감독 타니구치 고로) 주제가 ‘신시대’를 불러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한 일본 가수 아도가 내년 2월 내한한다. 공연 입장권은 이미 동났다. 이달 초엔 일본 밴드 원오크록이 한국에서 공연을 열었고, 일본 가수 최초로 멜론 일간 차트에 진입한 일본 가수 이마세도 지난 4월 서울을 찾았다. 요아소비 공연장 앞에서 만난 오채현(25)씨는 “유튜브에서 요아소비 음악을 처음 접했다”며 “평소 J팝에 관심이 크지 않던 주변 친구들도 요즘 일본 음악을 전보다 많이 듣곤 한다”고 말했다. 가요계 관계자는 “J팝을 대표하는 가수들의 내한 소식이 연일 들려오고, 그 장르나 규모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공연 규모와 관계없이 티켓이 빠르게 매진되는 것에 매우 놀라고 있다”며 “한국 음악 팬들이 사랑하는 음악 장르의 범위가 넓어졌으며, 구매력으로 이를 증명하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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