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서 ‘86용퇴론’이 다시 제기됐다. 다만 단순히 ‘나이’를 기준으로 하는 세대교체는 쇄신보다는 부정적 퇴보를 낳는다는 비판적 시선도 있다.
19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친윤 장제원 의원과 김기현 당 대표의 퇴진으로 당 쇄신에서 여당보다 뒤지고 있다는 비판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는 86세대 용퇴론이 제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진보 정치권에서는 큰 선거를 앞두고 ‘혁신’ 키워드가 필요할 때마다 ‘86 용퇴론’을 띄웠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한 것이다. 민주 진영의 기득권으로 불리는 86그룹의 불출마·험지출마를 통해 세대교체를 이루겠다는 것으로 내년 1월 초 본격화될 전망이다.
86용퇴론의 대상인 86그룹은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세대를 뜻한다. 이들은 2000년 16대 총선을 기점으로 정치권에 대거 진입해 민주당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고, 현재도 당내 주류로 불린다.
과거 민주당의 86용퇴론은 매번 용두사미로 끝났다. 2015년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이동학 청년혁신위원은 86그룹에 험지 출마를 요구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에는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86그룹 용퇴설이 나왔지만 당내 갈등만 키웠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서는 어김없이 86용퇴론이 재점화됐다. 86세대가 오랫동안 기득권을 쥐고 있으면 정치적 다양성을 이루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다만 86용퇴론이 과거처럼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생물학적 나이’라는 일률적 기준으로 일선에서 물러나라는 것이 정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서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18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86용퇴론이 매번 좌초된 원인은 후계자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물러나라고만 했기 때문”이라며 “생물학적 나이를 기준으로 한 인위적인 세대교체는 갈등만 낳을 뿐이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쇄신의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세대교체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지금까지 어떤 형태로 세대교체를 이뤄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며 “86그룹에서 다음 세대로 안정적으로 연착륙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같은 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당내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사람들의 연령대는 매우 다양하다”며 “나이가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내 물갈이가 필요하다면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이른바 시스템을 통해 엄격히 걸러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을 통해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시스템 공천’은 엄격한 기준을 두고 정성·정량 평가를 통해 부적절한 후보를 거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앞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86그룹 용퇴 목소리가 커지자 “(민주당의 혁신은) 시스템에 따른다”고 강조한 바 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