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이 최근 위기설 속에 부진한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태영건설의 높은 부채비율과 단기 유동성 부족을 지적하면서 자회사 및 관계기업 지분을 매각해 대처할 것으로 내다봤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19분 기준 태영건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7% 오른 2840원에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주가 흐름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달 초 3550원대에 머물렀던 태영건설 주가는 18일 종가 기준 20.84% 급감했다.
주가 하락의 배경은 업계 전반에 퍼진 워크아웃 소문으로 해석된다. 태영건설이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하도급업체에 현금 지급을 약속했음에도 어음으로 대금을 치른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만 태영건설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보증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은 올해 3분기말 기준 4조4100억원으로 집계됐다. 민자 SOC 사업을 위한 PF 대출 보증액을 제외한 순수 부동산 개발 PF 잔액은 3조2000억원 수준이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가운데 상환 재원을 확보하지 못한 채 미착공 상태로 남아있는 현장의 비중이 과반”이라며 “미착공 현장의 45%가 6대 광역시를 포함한 지방 소재이고, 모든 지방 현장이 미착공 상태에서 대출 연장없이 이 사업을 마감할 경우 태영건설이 이행해야 하는 보증액은 약 7200억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사업성 부족 현장의 PF 대출 재구조화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태영건설이 가장 먼저 직면하게 될 리스크”라고 덧붙였다.
태영건설의 문제점은 단기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태영건설의 올 3분기말 기준 순차입금은 1조9300억원이다. 부채비율은 478.7%에 달한다. 이는 시공능력평가 35위 내 주요 대형·중견 건설사를 통틀어 가장 높은 부채비율이다.
벌어서 갚기도 힘들다는 게 증권가 측 분석이다. 태영건설은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모두 충당하고 있다. 매년 부동산 개발 자회사를 통해 자체사업 의존도를 높여 왔지만, 시장이 빠르게 망가지면서 핵심 부문 수익성(자체사업 마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주사의 지분 및 자산 매각을 통한 대여금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강 연구원은 “티와이홀딩스의 유동성 지원이 유일한 희망이다. 핵심 관계기업인 SBS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며 “내년 평가 기간 전까지 SBS 외 지분 및 자산을 매각하면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공정자산가액 기준 10조원을 하회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 연구원은 “에코비트 지분을 담보해 추가로 대출을 받거나, 비핵심 자회사 및 관계기업 지분을 매각해서 마련한 현금을 대여금으로 내릴 가능성이 높다”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한편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태영건설의 PF 우발채무 부담이 과중하다고 지적하는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올 상반기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기업어음 신용등급은 A2에서 A2-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등급 조정 사유에 대해 “수익성 하락 및 운전자본부담에 따른 재무부담 지속과 영업실적 및 자구계획 등을 감안 시 재무구조 개선까지 시일이 걸릴 전망인 점을 반영했다”며 “재무구조 대비 PF 우발채무의 절대적인 규모가 과중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