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신당 창당 철회 조건을 담은 최후 통첩을 이재명 대표에게 날렸다. 전문가는 이 전 대표의 조건으로 인해 ‘명낙회동’은 불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와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조건으로 탈당 및 신당 창당 중단 의사를 표했다. 이 전 대표는 21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통합 비대위 아이디어에 공감한다”라며 “연말까지 민주당에 시간을 주겠다고 한 말은 유효하다”고 이재명 대표의 사퇴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이 전 대표는 사실상 사법리스크에 둘러싸여 있는 이재명 대표가 총선을 지휘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은 조건을 내세웠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민주당의 도덕성과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명목에서다.
정치권은 이 전 대표가 강수를 둔 것은 퇴로가 없기 때문이라 평가했다. 실제로 신당 창당을 구체화한 뒤 이 전 대표의 정치적 고립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민주당 의원 167명 중 약 3분의 2가 신당 창당 반대 입장을 밝혔다. 현재까지 이 전 대표 신당 창당에 합류하겠다고 나선 현역 의원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이 대표가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와 연이은 만남을 가지면서 이낙연 전 대표가 주장해 온 문재인 정부 ‘3총리’ 연대론에는 힘이 빠지고 있다. 사면초가에 몰린 이 전 대표로서는 압박 수위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이 대표는 여전히 미적지근한 반응이다. 이 대표는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큰숲 경로당’ 방문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의 사퇴 등 제안에 대해 “민주 정당에서 자기 의견을 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며 다양한 생각이 공존하는 것이 정당의 본질”이라며 “의견이야 얼마든 말할 수 있다”고 사실상 사퇴를 거부했다.
이 대표가 ‘통합’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명낙 회동에 대한 가능성은 열려 있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22일 오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명낙회동 필요성을 강조하며 “연락을 진행하고 있다. 여러 가지 얘기들도 하고 있고 저도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재명 대표 사퇴 후 통합 비대위를 전제로 한 만남은 저는 만남이 아니라고 본다”고 이 전 대표의 ‘조건’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전문가는 이 전 대표가 ‘조건부 대화’를 고수하는 한 명낙 회동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3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이 대표의 사퇴를 조건으로 한 만남이기 때문에 성사될 수 없을 것”이라며 “사퇴를 가정한다 했을 때 서로에게 만나는 의미가 전혀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말 대화를 할 생각이라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조건을 내걸어야 한다”며 “예컨대 공천 조건과 절차를 투명하게 해 물갈이를 이루자는 식의 합리적 조건을 내거는 게 더 설득력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