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경복궁 담장을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하도록 지시한 교사범을 추적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희근 경찰청장은 서면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수사 상황 관련 질의에 “낙서 의뢰자 추적을 위해 서울청 사이버수사대를 투입, 휴대전화 포렌식과 입금자 확인 등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16일 임모군은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주변 쪽문, 서울경찰청 외벽에 스프레이로 ‘영화 공짜’라는 문구와 불법영상 공유사이트 주소를 남긴 혐의를 받는다. 다음날인 17일 20대 A씨는 임군을 모방해 경복궁 영추문 왼쪽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 제목 등을 쓴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최초 낙서범인 임모(17)군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포렌식을 마쳤고 교사범이 임군에게 착수금 등 명목으로 10만원을 입금하는 데 사용한 계좌의 대포통장 여부를 확인했다. 교사범 신원을 특정하기 위해 임군과 연락을 주고받은 텔레그램 대화 기록을 분석 중이다. 그러나 텔레그램은 보안이 강력한 데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추적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임군과 이를 모방해 경복궁 담장에 2차로 낙서한 설모(28)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설씨는 구속됐고 임군은 영장이 기각돼 불구속 상태로 수사받게 됐다. 경찰은 배후자 등을 확인하기 위해 조만간 임군을 불러 추가 조사할 계획이다.
윤 청장은 모방 범죄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112신고 접수 시 신속하게 인접 가용경력을 최대한 동원하고 문화재청 및 지자체에 상황을 전파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사 사건 발생 방지와 모방범죄 분위기 제압을 위해 관내 문화재 위치 파악 및 취약 시간대 거점 근무 등 순찰 실시, 문화재청·지자체 등과 협업해 주요 문화재에 대한 범죄 예방 진단, 범죄 취약지역 CCTV 설치 및 경비원 배치, CCTV 관제센터와 협업 강화 등 선제적 활동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오는 31일까지 도심 5개 궁(경복궁·경희궁·덕수궁·창경궁·창덕궁) 주변을 집중 거점 장소로 지정해 순찰을 강화할 계획이다. 주간에 순찰차를 배치하고 야간에는 형사와 경찰관 기동대를 추가 배치한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