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받던 배우 이선균이 27일 사망하자 경찰과 언론을 향한 비판이 거세다. 경찰이 수사내용을 유출하고 언론은 이를 무분별하게 받아 썼다는 지적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선균은 이날 오전 10시30분쯤 서울 종로구 한 공원에 주차한 차 안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는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장례는 유족과 동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하게 치러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보가 전해진 후 온라인에선 ‘경찰과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선균에게 제기된 혐의와 별개로, 수사내용 유출과 자극적 보도가 잦았다는 비판이 일었다. X(옛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사법 살인’ ‘피의사실 공표’ 등이 올랐을 정도다. “경찰 수사 중 나온 발언을 언론에 일일이 흘리고, 언론은 가장 자극적인 내용을 받아다 쓰고. 누구도 피의사실 공표죄로 처벌받지 않는 이 관행은 대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라고 꼬집은 글은 2500건 공유되며 공감을 얻었다. “부화뇌동한 대중도 공범”이란 자성도 나왔다.
실제 지난 10월 경찰이 사건을 내사하던 단계부터 이선균을 특정할 수 있는 보도가 나왔다. 이선균이 형사입건된 후엔 그와 관련한 수사내용이 자주 언론에 오르내렸다. 전날에도 이선균의 경찰 진술 내용이 보도돼 온라인을 달궜다. 유튜브에선 이선균의 마약 투약 의혹을 제기한 유흥업소 실장 A씨 녹취록이 퍼졌다. 혐의를 가리는 보도가 아니었다. 이선균은 물론 가족의 사생활도 난도질당했다. 이선균은 경찰의 간이 시약 검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감정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변호인을 통해 자신과 A씨를 거짓말 탐지기로 조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경찰이 망신주기 수사를 벌인다’는 주장이 제기된 배경이다.
최근 마약 투약 의혹을 벗은 그룹 빅뱅 멤버 지드래곤 역시 ‘온몸을 제모했다’는 등 허위사실이 언론을 타고 퍼져 곤욕을 치렀다. 지드래곤 측은 오는 28일까지 온라인에 올린 악의적 게시물과 허위사실을 삭제하지 않으면 법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선균 소속사도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억울하지 않도록 억측이나 추측에 의한 허위사실 유포 및 이를 토대로 한 악의적인 보도는 자제해 주시길 정중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도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실시간으로 전하는 보도는 과한 수준이다. 이는 곧 언론의 신뢰와 직결된다”며 “제기된 혐의와 별개로 인격을 사살하는 수준의 여론 형성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이선균이) 수사를 받던 도중 돌아가셔서 안타까운 마음”이라면서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려고 했고 외부에는 수사 정보를 공개한 적이 없다. 언론에도 최대한 실명이 보도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