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한국 사회에 남성과 여성의 상대 성별에 대한 혐오(여성 혐오, 남성 혐오)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여성 혐오(여혐)와 남성 혐오(남혐)가 젠더 갈등, 결혼 인식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창간 20주년을 맞이한 쿠키뉴스가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일부터 5일까지 5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 사회의 젠더 갈등에 대해 물었다. 설문 결과 남성 응답자 78.2%가 ‘여성의 남성 혐오가 심하다’고, 여성 응답자의 77.4%가 ‘남성의 여성 혐오가 심하다’고 답했다. 각자 자신의 성별에 대한 혐오가 심각한 사회로 본 것이다.
반대로 상대 성별에 대한 혐오는 덜하다고 인식했다. 전체 여성 응답자의 50.5%만 ‘여성의 남성 혐오가 심하다’고 답해 남성 응답자(78.2%)와 큰 차이를 보였다. ‘남성의 여성 혐오가 심하다’는 질문에도 전체 남성 응답자의 57%만 동의해, 여성 응답자(77.4%)의 답변과 차이가 났다.
남성은 30대보다 20대, 여성은 전 연령층에서 젠더 갈등이 심각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여성의 남성 혐오가 심각하다’는 질문에 20대 초반 남성은 ‘그렇다’는 응답이 86.5%로 남성 전 연령(20대 후 77.3%, 30대 초 79.3%, 30대 후 69.6%) 중 가장 높았다. 여성은 전 연령층에서(20대 초 77.1%, 20대 후 78.6%, 30대 초 78.2%, 30대 후 75.7%) 고른 분포를 보였다.
취업과 승진 등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을 가로막는 ‘유리 천장’ 인식도 성별에 따라 편차가 나타났다. ‘남성이 취업과 승진에 유리하다’는 질문에 동의한 여성 응답자는 10명 중 8명(89.2%)에 달했으나, 남성 응답자는 10명 중 4명(39.5%)만 ‘그러하다’고 답했다.
결혼에 대한 인식과 가치관도 성별에 따라 선호도 차이를 보였다. 여성은 평등한 관계가 결혼 생활에 가장 필요한 것으로 생각했고, 남성은 경제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결혼에서 사랑과 신뢰 외에 가장 중요한 조건’을 묻는 질문에 여성 응답자는 ‘자녀 계획, 가사 분담 등 결혼 생활에 대한 견해’를 1위(48.6%)로 꼽았다. 남성은 ‘본인의 경제적 여건’(53.8%)를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여겼다.
성별에 따른 차이는 결혼 필요성으로도 이어졌다.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남성 응답자 75.4%는 ‘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여성 응답자는 51.8%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신 여성 응답자 48.2%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응답했다.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한 남성은 24.6%에 불과했다. 또 전체 응답자 64.1%가 결혼을 ‘해야 한다’고 긍정적인 답을 했으나,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7.8%에 그쳤다.
이번 설문조사는 무선 RDD 문자 발송을 통한 모바일 조사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다. 표본추출은 문자 발송 RDD 표본 프레임에서 성·연령·지역별 할당 무작위 추출 방식이며, 통계보정은 지난해 1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성·연령·지역별 사후 가중값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