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9일 내년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에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를 임명했다. 외부 인사가 민주당 공관위원장에 임명된 건 12년 만이다. 당 혁신과 통합을 위한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임 공관위원장은 국내 대표적인 진보 정치학자로 계파 정치에 대해 한국 정치의 양극화를 키우는 퇴행적 요소라고 꾸준히 비판해 온 인물이다. 그는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을 지낸 뒤 노무현 정부에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치개혁 연구실장을 맡았다.
민주당이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외부 인사를 선임한 것은 2012년 19대 총선 당시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임명된 이후 12년 만이다. 민주당은 공천 갈등 해소를 위해 일찌감치 외부 공관위원장 카드를 검토해 왔다. 당내 계파 간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불공정 공천 우려를 불식시키고, 혁신과 통합의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서다.
앞서 민주당은 공관위가 공식 출범하기 전부터 공천 잡음에 시달렸다.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 호남 친명(친이재명) 출마자 추천 명단’을 두고 광주 지역 현역 의원이 반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18일에도 민주당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의에서 일부 후보의 부적격 판정 논란이 일었다. 비명계를 중심으로 '공천 학살'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이번 공관위원장 인선은 이재명 대표의 ‘통합 카드’라는 평가가 나온다. 임 공천위원장은 내년 총선 후보자 심사와 추천 전반에 관한 사항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강선우 대변인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임 공관위원장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들에게 많은 자문을 해 온 학자”라며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관리 업무를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중립성을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선 임 공관위원장에 대해 ‘친명 인사’라고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임 공관위원장이 지난 대선 경선 때 이재명 대표의 정책자문그룹인 ‘세상을 바꾸는 정책 2022’ 자문단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원칙과 상식’ 소속인 이원욱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임 공관위원장은) 대선 경선 초창기 때 이재명 캠프에 정책팀 일원으로 참가했다”며 “‘또 이재명 사람으로 하는 거구나’라고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는 정책 2022’는 1800여 명의 대학교수와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한 정책 포럼이다. 정치학계의 저명한 원로가 다수 참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친명 인사’로만 정의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전문가는 이번 공천관리위원장 외부 인사 선임이 이 대표의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 평가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29일 쿠키뉴스에 “공천관리위원장은 공천을 결정하는 굉장히 중요한 자리”라며 “누가 되느냐에 따라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는데 중립적 인사를 선임한다는 것은 ‘통합’을 강조한 이 대표의 정무적 판단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실 공천관리위원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천시스템”이라며 “객관적이고 투명한 시스템을 보장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