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달 28일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 등에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 통보를 보냈다. 통보서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직접 차입금은 총 1조3007억 원이다. 채권자 수는 10여 곳으로 파악된다. 태영건설이 대출 보증을 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에 얽혀 있는 채권자들까지 고려하면 더 숫자는 큰 폭으로 늘어난다. PF는 특성상 시공사, 신탁사, 시행사, 협력업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엮여 있기 때문이다.
직접 차입금 외에 태영건설이 PF대출 보증을 선 사업장은 총 122곳, 대출 보증 규모는 9조 1816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업무시설 조성사업 대출의 경우, 차주가 58곳에 달하고 대출보증은 1조 592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태영건설은 경기 광명역세권 복합개발사업, 구로 지식산업센터 개발사업, 김해 대동 첨단일반산업단지 등 사업장에 대출보증을 했다.
산업은행은 태영건설에 대한 직접 채권자와 PF 사업장 대출 보증채권자 등을 모두 합친 400여 곳에 소집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확정되는 채권단 규모는 이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보를 받은 각사가 실제 채권이 있다고 답하면 그 응답을 기초로 채권단이 구성된다. 태영건설의 정확한 채권단 규모와 채권액 등은 오는 11일 협의회에서 확정될 전망이다. 채권단 규모가 다소 줄더라도, 사업장 대출에 지방 상호금융조합과 저축은행 등 여러 금융사가 포함돼 있어 의결권 배분 과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워크아웃 방안 중 하나로 대주주가 1000억원 이상의 사재를 출연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태영건설은 최근 산은에 추가 자구 계획안을 제출했는데 여기에는 태영인더스트리 대주주 지분을 바탕으로 한 사재 출연 계획이 담겼다. 앞서 태영건설 측은 현금 확보를 위해 계열사인 태영인더스트리를 2400억 원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매각 자금 60%(1440억 원)는 윤세영 창업회장 일가에, 40%(960억 원)는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에 돌아갔다. 윤 회장 일가는 티와이홀딩스가 매각 작업에 착수한 골프장 계열사 ‘블루원’ 지분도 12.26%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우선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절차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강도 높은 고통 분담안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전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이른바 ‘F4(Finance4)’ 멤버가 개최한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는 “태영건설 오너 측이 사재 출연과 자구 노력에 소극적 자세를 보이는데, 이는 당초 약속과 어긋나는 것”이라며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태영건설이 지난달 29일 만기가 돌아온 상거래 채권 1485억원 중 수백억원을 상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전날 신년사를 통해 “부실기업에 대해 자기책임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되 질서있는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을 유도함으로써 금융시장 안정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조화롭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