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진 빗장 풀어줬더니…관리 필요한 비대면진료

초진 빗장 풀어줬더니…관리 필요한 비대면진료

비대면진료 서비스 대상 초진환자까지 확대
수요 늘었지만 미흡한 진료에 처방약은 약국 수소문해야
의료계·환자단체, 진료 질 저하 및 약물 오남용 우려

기사승인 2024-01-08 13:00:11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야간·휴일에도 초진이 가능하도록 비대면진료 서비스 기능을 확장했지만 미진한 진료, 처방 남용 등의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서비스의 질과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먼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재진 중심이었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서비스를 휴일이나 야간(평일 오후 6시 이후)엔 지역에 상관없이 초진이 가능하도록 기능을 대폭 확대했다. 평일에도 98개 시군구 의료취약지에서는 비대면진료 초진이 이뤄지며, 재진 대상자 인정 기준도 ‘동일 질환’이 아닌 ‘동일 의료기관’으로 변경해 범위를 넓혔다.

정부가 ‘초진 빗장’을 열어준 뒤 비대면진료 서비스 이용자는 부쩍 늘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대표적 비대면진료 플랫폼 닥터나우, 굿닥, 나만의닥터 등 3개 업체에 지난달 23~25일 사흘간 접수된 진료 신청 및 예약은 5026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675건을 기록했다. 서비스 확대 방안이 발표되기 이전인 12월 3일~9일에는 일평균 190건에 그쳤다.

그러나 안전성이 뒷받침돼야 하는 서비스의 질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 환자 상태나 과거 투약 정보 등을 묻지도 않고 1분 안에 진료를 끝내버리는 사례가 있다. 처방 뒤엔 약이 없어 여러 약국을 수소문하는 일도 벌어진다. 

양현정(가명·30세)씨의 경우 최근 다이어트를 위해 비만치료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를 처방받기로 결심하고, 한 의원에 진료 예약을 했다. 초진이라 야간 진료로 예약했지만, 병원에선 야간이 아닌 오후 3시쯤 연락이 왔다. 의사는 “삭센다 펜 몇 개 필요하세요?”라는 질문 한 가지를 던지고선 진료를 종료했다. 진료를 보는 데 걸린 시간은 30초에 불과했다. 이후 플랫폼에서는 오후 6시에 진료를 본 것처럼 처리됐다. 

처방전을 받고나서도 문제가 있었다. 종로 지역 15곳이 넘는 약국에 전화를 돌렸지만 삭센다 재고가 없어 난감했다. 비대면진료로 처방을 받았다면 3일 내 약국을 방문해야 한다. 기한이 지나면 다시 진료를 봐야 한다. 양씨는 “‘이렇게 쉽게 처방 받아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료가 바로 끝나버려 당황스러웠고, 약을 찾으러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다녀야 했던 점은 더 황당한 경험이었다”라면서 “서비스 관리가 전혀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의료계는 일찍이 비대면진료 서비스 확대에 대한 우려를 밝혀왔다.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등은 비대면진료 사업을 거부한다며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바른의료연구소 관계자는 “오진 위험성 증가, 비대면진료를 기피하는 의사와 요구하는 환자 간 갈등, 무분별한 비대면진료에 따른 의료비 상승, 비윤리적 의료행위 발생 등 다양한 부작용이 속출할 것으로 염려된다”고 전했다. 이어 “국민을 위한 정책이 무엇인지 숙고하고 비대면진료 확대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자단체도 약물 오남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마약류 및 오남용 의약품 관리 강화 측면에서 서비스 확대는 불필요하다”며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의료법 개정 없이 추진할 수 있는 것인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안전성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대상 환자의 범위가 조정되면서 안전성 강화 방안도 병행 추진했다”면서 “의사가 안전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만 실시하고 비대면진료가 부적합한 환자는 병원 방문을 권할 수 있도록 대면진료 요구권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진료시간은 의사와 환자의 사례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일률적으로 규정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시범사업 성과와 현장 의견을 바탕으로 필요한 부분은 개선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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