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코노미는 정치를 뜻하는 폴리틱스(Politics)와 경제를 의미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인데요. 정치가 경제를 좌우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올 한해에만 한국의 제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비롯해 전 세계 약 40개국에서 선거가 예정돼 있습니다. 전세계 인구 40억명 이상이 투표장으로 향하게 됩니다. 당장 이달 13일에 대만 총통 선거, 2월 인도네시아 대선 및 총선, 3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선, 4월 한국 총선, 6월 유럽의회 선거, 11월 미국 대선이 줄줄이 열립니다.
정치가 경제를 좌지우지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요. 선거 승리에만 초점을 맞춘 정당이 선심성 공약을 내걸어 재정을 과다 지출할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지고, 국가 부채가 늘어나는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내년 세계 경제는 중국 경제의 부진, 고부채·고금리 문제, 지정학적 리스크, 정치가 경제를 휘두르는 폴리코노미 리스크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짙다”고 봤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추후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됩니다. 미국 대선은 미중 갈등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게 되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폐기돼 한국 기업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IRA에는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있는데요. IRA가 폐기되면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미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세우는 등 대규모 투자를 이어온 국내 배터리, 태양광, 풍력발전 등 관련 업계가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자동차 산업 현황과 2024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최근 미국 조 바이든 정부의 낮은 지지율을 고려할 때, 내년 11월 예정된 미 대선을 전후해 전기차 시장 정책이 크게 강화되거나 역으로 크게 후퇴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한국도 ‘금융 포퓰리즘’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매도 금지에 이어 지난 2일에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에 상관없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를 상대로 해당 소득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부과하는 세금입니다. 하지만 ‘세수 펑크’ 60조원, 올해 통합재정수지적자 44조원 등 세수 결손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같은 결정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개인 투자자들의 표심을 의식한 행보라는 의혹이 짙습니다.
폴리코노미가 개인 소비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선임연구위원은 “아무래도 미국 선거가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공화당이 집권에 성공하게 되면, 에너지 정책이 완전히 바뀌어 에너지 가격 상승 변동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 실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시 대통령에 당선되면 파리기후협정을 다시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며 “배터리, 태양광, 2차전지 산업 종목 주가가 떨어지고, 관련 종목에 투자한 주식 투자자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시아와 나쁘지 않은 관계를 형성했던 만큼, 러시아와 유럽과의 긴장이 고조되고 전쟁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견해도 내놨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치솟은 유가·곡물가가 상승폭이 그전만큼은 아니어도, 계속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설명인데요. 고물가, 고금리 장기화는 얼어붙은 소비 심리 회복을 더 늦출 수 밖에 없습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