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만에 100만명이 증발했다. 개봉 첫 주말 126만명에서 셋째 주말 26만명으로 관객 수가 줄어든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이야기다. 이순신 3부작의 마침표를 찍는 작품인 만큼 일찌감치 많은 관심을 모았으나, 뚜껑을 열자 기대에 다소 못 미치는 모양새다.
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노량: 죽음의 바다’는 지난 주말(5~7일) 사흘간 26만9534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2위에 이름 올렸다. 개봉 2주 차까지 1위를 기록하던 이 작품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위시’(감독 크리스 벅·폰 비라선손)가 개봉하자 한 계단 내려앉았다. 동 기간 ‘위시’는 44만1950명, 3위인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는 25만8227명이 관람했다.
흥행세가 금방 꺾였다. 앞서 ‘노량: 죽음의 바다’는 개봉 첫 주 주말이던 지난달 22~24일 126만4861명이 봤다. 2주 차였던 지난달 29~31일 관객 수는 77만7961명이었다. 3주 차인 지난 주말 관객 수는 26만명대. 개봉 7주 차를 맞은 흥행작 ‘서울의 봄’과 격차가 1만1307명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누적 관객 수는 416만7357명이다. 실시간 예매율은 ‘외계+인 2부’와 ‘위시’, ‘지오디 마스터피스 더 무비’, ‘노량: 죽음의 바다’에 밀려 5위까지 내려왔다(8일 기준). 손익분기점인 720만명 달성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 이유다.
부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관객은 이야기 구조와 연출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관람객이 멀티플렉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에 남긴 평가를 종합해 보면, 관객 사이에서 초반부의 지루한 전개와 다소 긴 전투 장면을 두고 반응이 갈린 모양새다. 중국어와 일본어 등 외국어가 많아 몰입을 해친다는 평과 북소리의 음량이 과도하게 컸다는 지적 역시 있었다. 긴 상영시간에도 호불호가 엇갈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발포하라’ 이후만 재밌다”는 글이 올라와 다수 이용자에게 공감을 얻었다.
이순신의 죽음이라는 소재가 약점으로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모두가 아는 비극을 다루는 데다 장엄하고 엄숙한 분위기 역시 악재였다는 평이다. 개봉 시기에 대한 지적 역시 나온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쿠키뉴스에 “이미 흥행 중인 ‘서울의 봄’과 비슷한 묵직함이 관객에게는 식상함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면서 “겨울에 온 가족이 따뜻하게 볼 만한 영화도 아닌 점 역시 흥행엔 걸림돌”이라고 봤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모습이다. ‘서울의 봄’이 1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영화에 숨통을 튼 만큼, 후발 주자인 ‘노량: 죽음의 바다’에 쏠린 기대가 커서다. 한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어떤 영화든 호불호는 존재한다”면서 “완성도가 좋은 만큼 더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는 작품”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