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여파에 증권사 ‘골머리’…“태영건설 충당금 적립도 불가피”

부동산 PF 여파에 증권사 ‘골머리’…“태영건설 충당금 적립도 불가피”

국내 주요 5개 증권사, 지난해 4분기 실적 부진 전망
부동산 PF 충당금·해외투자자산 손상차손·영풍제지 미수금 영향
올해 1분기 실적도 ‘깜깜이’…태영건설 워크아웃 여파

기사승인 2024-01-11 06:00:19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국내 증권사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업권을 뒤흔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적립 여파 등이 주된 영향으로 작용했다. 특히 올해 1분기마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에 따라 추가 충당금 적립 필요성이 대두되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5개 증권사(삼성·미래에셋·NH투자·한국금융지주·키움증권)의 지난해 4분기 합산 연결 지배주주 기준 순손실은 88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5개 증권사의 합산 기업금융(IB)과 기타손익은 2939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8.8%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 주식시장 상승 여파로 기업공개(IPO) 시장 규모는 확대됐으나, 부동산 PF 관련 불확실성 상승으로 구조화금융 관련 수수료 수익이 감소해서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키움증권이 주목된다. 지난해 4분기 1061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되서다.  주가조작 세력이 키움증권의 미수거래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난 영풍제지 사태 관련 미수금 손실액 4333억원을 반영한 예상이다. 

또한 키움증권은 당기손익인식 금융자산으로 2606억원의 환매중단된 젠투파트너스 운용펀드 중 500억원이 반영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앞선 미수금 관련액과 환매 금액 추정치 등 2가지 일회성 비용을 포함한 키움증권의 기타영업손실은 5169억원으로 전망된다. 

나머지 증권사들도 시장 기대치를 하회한 실적을 선보일 전망이다. KB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미래에셋증권이 지난해 4분기 적자를 시현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유 중인 해외 부동산 펀드에 대한 대규모 손상차손과 비시가성 자산에 대한 재평가 영향이 반영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삼성증권과 한국금융지주, NH투자증권의 실적 전망도 어둡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증권과 한국금융지주 역시 컨센서스를 각각 43.8%, 61.5% 하회한 부진한 실적을 선보일 것이다. 부동산 PF에 대한 충당금 부담 반영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며 “NH투자증권도 기대치를 밑돌 전망이나 해외투자자산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손상차손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증권업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해외 투자자산으로부터의 평가손실 및 손상차손과 PF 관련 추가 충당금 적립 발생으로 컨센서스를 대체로 하회할 전망”이라고 짚었다.

이어 “순수수료이익은 4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이 전분기 대비 28.6% 줄어든 16조50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며 “같은 기간 이자손익도 신용공여 잔고 정체로 소폭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증권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정부가 태영건설 워크아웃 추진 상황에 따라 부동산 PF 시장 및 사업장별 사업성 등을 고려해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권고했기 때문이다. 이는 증권사들의 단기 재정 부담으로 작용한다. 충당금은 손실 예상 금액을 선반영하는 것으로 회계상 이익이 줄어든다. 

증권사 중에서 태영건설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큰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태영건설이 자금보충을 확약한 복수의 부동산 PF 현장에 보유자산을 담보로 1200억원의 신용공여를 제공하고 있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진행 시 관련 익스포저의 건전성 분류에 따른 충당금 적립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한국투자증권은) 담보가 있다는 점에서 상환 우려는 덜었으나, 워크아웃 결과와 사업장 성과에 따라서 충당금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 사태가 일단락되더라도 부동산 익스포저가 큰 증권사 중심으로 여파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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