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기로에 선 대한민국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릴 때”
“한국형 ‘K-실리콘 밸리’ 조성이 미래 먹거리 대안”
11일 쿠키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김진표 국회의장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기술 변화에 맞서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한 복안을 제시했다. 경기 남부권에 ‘한국형 실리콘밸리’를 조성해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 기반을 마련하고, 경제 발전의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과 실력을 쌓아온 김 의장은 국가의 미래까지 진지하게 걱정하는 모습을 인터뷰 내내 보였다. 특히 지난해 11월 발의한 2건의 법안이 이러한 청사진을 담고 있다며 특별한 국민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미·중 패권 대립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과거 제조업 중심에서 과학·기술 패권 경쟁으로 변모하는 기로에서 국가 차원의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세계 1등이 아니면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한 현실을 직시하며 조선·반도체·배터리·바이오·원자력 등 5대 기술 분야에서만큼은 세계 1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지속적인 R&D 투자와 대규모 첨단산업 연구 클러스터 조성이 가장 중요한 전략일 될 거라며 특별한 관심을 촉구했다.
김 의장은 “과학기술 패권 경쟁의 속성을 간파한 선진국들은 이미 수도권에 대규모 연구 클러스터를 조성해 세계 유수의 인재와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며 “우리도 뒤처지지 않도록 ‘한국형 실리콘 밸리’를 조성해 G7, G5 도약을 위한 국가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의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첨단산업을 누차 강조했다. 이유는
▷과거 제조업 중심에서 첨단 과학기술 선점 경쟁으로 변모하고 있다. G7 진입 여부는 첨단 기술 확보 여부가 결정할 것. 세계적 흐름에 뒤처지면 안 된다. 한국의 우수한 인적자원을 결합해 조선·반도체·배터리·바이오 분야 등에서 세계 1등 핵심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선진국의 사례를 참조해 최첨단 연구클러스터 ‘한국형 실리콘 밸리’ 조성에 착수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대표 발의한 2건의 법안과 연관됐나
▷그렇다. 지난해 11월 ‘수원 군공항 이전 및 경기남부통합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첨단연구산업단지 조성 및 육성을 위한 특별법안’ 등 2건의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에 있다. 수원과 화성 도심에 있는 수원 군공항을 경기 남부로 이전 민간공항을 포함한 ‘경기남부 통합국제공항’을 건설하고, 수원 군공항 이전 부지와 그 주변 지역에 한국형 실리콘 밸리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단지 조성에도 기업 유치가 안 되면 실패인데
▷기업 유치가 될 것이고, 성공을 확신한다. 산업적 입지부터 정주 여건, 저렴한 부지 비용 등까지 모든 면에서 유리하다. 우선 인재 확보 및 규모 확대에 유리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연구개발(R&D) 시설뿐 아니라 국가산단(용인)·생산단지(화성·기흥·평택)가 인접했다. 향남제약산업단지 등 제약·바이오사와 생산공장·연구소도 밀집해 있다. 성균관대·아주대·서울대(시흥캠퍼스)가 있다는 산학협력도 용이하다.
-저렴한 부지 비용 방안을 말했는데
▷수원 군공항 종전부지 매각으로 20조원 상당의 총사업비를 확보할 수 있다. 종전부지(200만 평) 외 옛 서울대 농대 부지, 옛 농촌진흥청 부지(370만 평), 인근 수도권 주거단지 지정 부지까지 총 1400만평에 달한다. 이중 원가가 없는 국공유지 570만평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면 부지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교육여건, 문화시설, 병원 등 정주 여건도 좋다. 강남·판교 등 다른 업무지구와 접근성 또한 우수하다. 고부가가치 산업의 발전과 글로벌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국제공항 접근성이 중요한데, 수도권 제3공항 확보로 운송 시간 및 물류비를 줄여 수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경기남부통합국제공항’이 꼭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수도권 집중화 가속화 우려가 있지 않나
▷역할 분담을 통한 지역 균형 발전이 필요하다. 일본·영국·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R&D 역량을 수도권으로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지금은 기술성숙도에 따른 ‘스필오버(Spill Over)’ 전략이 필요하다. 경기 남부는 R&D 역량을 집중해 첨단 기술의 최정점으로 육성하고, 기타 지역은 개발된 R&D 성과물을 기존 ICT, 바이오단지 등 산업단지를 활용해 시제품과 사업화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만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전 국토를 효율적으로 잘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
-미래 먹거리는 청년 일자리와도 연관 있다. 청년 세대에게 조언한다면
▷막내 손자가 2013년생이다. 이 아이가 사회에 진출할 때 우리 사회의 먹거리가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차별화할 수 있는 창의성과 자기 전문성이 필요하다. 청년들은 ‘어디서 일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라고 물어야 한다. ‘구직’하겠다는 자세가 아니라 ‘창직(創職)’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모두가 ‘창업가’가 될 순 없겠지만, 모두가 ‘창업가 정신’은 반드시 지녀야 한다. 그래야 다가오는 변화에 유연히 대처할 수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정치’란
▷유불리가 아니라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정치라고 생각한다. 옳은 길이라면 비록 나에게 불리한 가시밭길이라도 마다치 않았다. 김대중 정부 말 청와대 국무조정실장직을 받아들인 순간부터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권유로 국회의원 선거 출마, 원내대표 시절 한미 FTA 비준과 국회 선진화법 추진 등 내 정치 이력의 고비마다 저 기준 하나만을 생각하고 행동해왔다. 이런 원칙과 소신으로 비난을 받은 적도 많다. 그런 순간에도 원칙을 지켰다. 특히 정치는 상대가 존재하는 타협의 과정이라는 사실도 잊지 않았다. 물론 나의 소회이고, 국민이 보시기엔 부족할지 모른다. 후배 정치인들은 나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더 나은 정치를 해주리라 믿는다.
대댬=전정희 편집위원장, 정리=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