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사무관들이 초가근무수당을 부정 수령해 온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또한 근거가 없는 비공식 부서를 설치하고, 민간기관 임직원을 임의로 파견 받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금융 확대를 위한 기술신용평가(TCB) 평가도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16일 감사원은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금융위 5급 사무관 182명을 대상으로 초과근무수당 부정수령 여부를 표본점검한 결과, 135명이 2365회에 걸쳐 3076시간에 해당하는 개인용무시간을 초과근무시간에 포함해 4662만원의 초과근무수당을 부정 수령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초과근무수당 부정수령이 확인된 135명 중 부정수령액 기준 상위 5명은 평일 퇴근 후 외부에서 지인과 식사, 음주, 쇼핑 등의 개인용무를 본 후 귀가하는 길에 사무실에 들러 잔여업무 등을 처리한 것처럼 시스템에 입력해 수당을 받아갔다. 토요일·공휴일에는 사무실에 들러 출근시간을 입력한 뒤 외출해 개인용무를 보다가 귀가 전 사무실에 들러 초과근무를 한 것처럼 위장해 초과근무수당을 부정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감사원은 금융위의 이러한 초과근무수당 부정수령이 점차 증가하고 있었던 것으로 지적했다. 감사원은 “ 정부는 초과근무 관리를 강화하고자 제도를 개선하는 한편 부정수령이 적발되면 엄중히 제재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이번 감사에서 조사한 조사대상자의 부정횟수, 시간 및 수령액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금융위원장에게 부정수령액과 가산금 등 총 2억1632만원을 환수 및 징수하고, 앞으로 유사 사례가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 내부통제를 철저히 하라고 통보했다. 또, 관련자의 행태·횟수·시간·금액 등 비위 수준과 고의성 여부에 상응하는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하라고 했다.
감사원은 금융위의 ‘직제에 없는 부서 운영’ 및 ‘민간기관임직원 파견자 과다 운영’ 문제도 지적했다. 금융위가 2016년 국회·행정안전부 등으로부터 이 문제들을 지적받았지만 개선하지 않고 계속해서 잘 못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
조사 결과 금융위는 2023년 현재 직제에 근거가 없는 비정규 부서(14개)를 설치해놓고 마치 정규 부서(과)처럼 운영하며 정부조직법령을 위반했다. 대외용·대내용 조직도를 두고 대외용에는 정규 부서만 표시해 공개했다.
또한 지난해 3월 기준 정원의 16%에 달하는 민간기관 임직원(53명)을 파견 받아 근무시키고, 그중 일부는 비공식 파견자(2020년 이후 최소 44명)였다. 이들 파견자들은 단순 행정업무부터 공무원이 직접 처리해야 할 민원·인허가·과태료처분 업무 등을 처리했다. 그러면서 비공식 파견자들에게는 출입증이나 PC, 업무용 전화도 주지 않았다.
이에 감사원은 금융위원장에게 운영 중인 비정규 부서의 즉시 폐지·정규 직제화 및 행정보조 목적·장기파견자 등 부적정 파견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또, 앞으로 관계 법령을 위반해 비정규 부서를 설치·운영하거나 민간직원을 파견제도의 취지와 달리 운영 또는 비공식적으로 파견 받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요구하라고 주의를 줬다.
감사 결과 기술력이 우수한 창업·중소기업에 대출한도 및 금리 등에 혜택을 주기 위해 기술·신용(TCB) 수준에 따라 기술금융을 지원하는 제도 역시 부실하게 운영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표본조사 결과, 신용평가사 등 TCB평가기관은 기술금융의 토대가 되는 기술·신용심사 시 허위·도용된 자격증을 검증하지 않은 채 TCB평가서를 발급하고 있었다. 또 금융위는 제재규정이 없다는 사유로 이들 평가기관의 TCB평가업무를 금지시키지 않았고 TCB평가서도 유효하다고 인정했다.
여기에 은행이 TCB평가서를 근거로 기술금융대출을 하면, 평가결과가 대출조건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 일반대출도 기술금융실적으로 인정해주어으며, 그 결과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출연금을 기술금융 취지와 다르게 수십~수백억 원씩 잘못 가감해 은행별 공정성이 훼손되고 제도의 취지도 퇴색한 것으로 지적됐다.
감사원은 금융위원장에게 TCB평가결과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도록 평가부실 또는 평가품질이 미흡한 기관에는 영업정지 등 제재가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또, 대출한도·금리 등이 일반대출과 차이가 없는데도 기술금융으로 인정하거나, 사실상 일반대출을 포함해 신·기보 출연금을 가감하는 등 기술금융 실적평가를 제도 취지와 다르게 운영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요구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