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 서민 사다리 라는데…‘총선용’ 비판 여전

금투세 폐지, 서민 사다리 라는데…‘총선용’ 비판 여전

금투세 폐지·거래세 인하 추진…ISA 세제혜택 2.5배↑
“과도한 세금이 주식시장 발전 저해”
세수 결손 60억…공매도, 신용사면 등 ‘포퓰리즘’ 지적
시민단체·전문가 “선심성 감세정책의 절정”

기사승인 2024-01-18 06:00:11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KTV 캡처
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증권거래세 인하 등을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코리아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를 해소, 서민 자산 형성을 뒷받침 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총선용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비판은 여전하다.

정부는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를 열고 ‘2024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밝혔다. 이번 민생토론회 주제는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 였다. 골자는 △자본시장을 통한 국민 자산형성 지원(자산 형성의 사다리) △민생금융으로 고금리 부담 경감(민생 활력회복의 사다리) △상생금융으로 취약계층 재기 지원(재기와 재도전의 사다리) 추진 등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주식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세제는 결국 중산층과 서민에게 피해를 준다”면서 “과도한 세제들을 개혁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본시장은 기업과 국민이 상생하는 기회의 장”이라며 “여기에 물이 마르게 되면 기업은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국민의 자산형성 기회도 마른다. 과감한 세제 개혁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정진용 기자

코리아디스카운트가 뭐길래…금투세 폐지·ISA 납입한도 상향

코리아디스카운트는 한국 상장기업 주식의 가치평가 수준이 유사한 외국 상장기업에 비해 낮게 형성되는 현상을 말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상장사의 최근 10년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선진국 대비 52%, 신흥국과 비교하면 58% 수준에 불과하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6일에 열린 민생토론회 사전 브리핑에서 “미국 주식시장은 중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데 코스피는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코스피가 계속 상승할 수 있는 자본시장을 만들어 서민에게 자산형성 기회를 주고, 자본시장 활성화로 기업이 투자를 늘리며 저성장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것이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먼저 금융당국은 오는 2025년 도입 예정이었던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에 상관없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를 상대로 해당 소득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부과하는 세금이다.

금투세 폐지는 윤 대통령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금투세 폐지를 위해 정부는 오는 2월 소득세법 개정에 나서는 등 속도감 있게 과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증권거래세율도 종전 계획대로 내년까지 0.15%로 인하하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도 현행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큰 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나라 곳간 텅 비었는데…상위 1%에 세금 줄이겠다는 정부

금투세 폐지 등 각종 세제 혜택이 국내 주식시장 매력도를 높여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주식 투자로 서민 자산형성을 돕는다는 게 정부 논리지만 이견은 많다.

서민·소상공인 290만명 신용사면, 공매도 폐지에 이어 선심성 공약이 이어지며 총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높다. 1400만명에 달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표심을 의식한 행보라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와 관련해 “총선용 일시적인 금지 조치가 아니다”라면서 “확실하게 부작용을 차단하지 않으면 다시 재개할 뜻이 없다”고 강조했다.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세제 혜택이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을지, 그 효과도 미지수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핵심 원인으로 낮은 주주 환원율(37%)을 꼽았다. 재무적 특성(수익성, 무형자산 비중 및 부채비율) 36%, 거시경제(국민소득 및 GDP 성장률) 13% 등이 그 뒤를 따랐다. 과도한 세금은 원인에 포함돼 있지 않다.

사실상 ‘부자 감세’라는 비판도 나온다. 금투세는 국내주식 수익이 연 5000만원, 기타 금융상품 수익이 250만원 이상일 경우에만 세금을 부과한다. 기획재정부가 10년간(2008~2018년) 11개 증권사의 주식 거래 내역을 분석해 추산한 금투세 과세 대상은 약 15만 명이다. 개인투자자가 140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상위 1.0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세수 펑크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전날 열린 민생토론회 사전 브리핑에서 기획재정부는 연간 금투세 폐지로 약 1조5000억원, ISA 완화로는 약 2000~3000억원대 세수가 감소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6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역대급 세수 결손 규모가 발생했는데, 올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조세형평성 문제…“금투세 폐지, 부자감세 그 자체” 비판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소수 재벌일가 중심의 후진적인 기업지배구조 및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자본시장 등에서 기인한 것이지 아직 시행하지도 않은 금투세로 나타난 문제가 결코 아니다”고 밝했다. 그러면서 “금투세를 폐지하면 대자산가와 재벌기업의 대주주 등 소위 큰손에게 감세의 혜택이 집중되면서, 조세공평의 원칙이 형해화(形骸化·내용은 없이 뼈대만 있다는 의미)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도 “꼬박꼬박 세금을 납부하는 근로소득에 반해 금융소득에는 과세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은 조세형평성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3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금투세 폐지를 윤석열 정부 선심성 감세정책 잔치의 절정으로 꼽았다. 금융투자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과세하는 것 그 자체가 부당하다는 논리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이 명예교수는 “과연 금투세 부과가 코리아디스카운트 발생 주요 원인이라고 말할 수 있나”라며 “연간 5000만원 이상의 투자수익을 얻는 슈퍼개미 자산가 15만명에게 매년 1조원 이상의 감세혜택을 주는 것이 부자감세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아무런 효과도 없는 감세정책에 집착해 시간을 낭비하면 할수록, 우리 경제에 든 멍은 점차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