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바둑 예산 전면 삭감에 반대하는 바둑인들의 총궐기대회가 17일 세종시 기획재정부 청사 앞에서 열렸다. 이날 총궐기대회는 정봉수 대한바둑협회 회장을 비롯해 주최측 추산 약 100여 명의 바둑인들이 참석했다.
정봉수 대한바둑협회 회장은 “바둑예산은 그동안 바둑의 중장기적인 인프라 구축 사업, 학생 및 성인 선수 육성, 취약계층 바둑보급 등 대한민국 바둑 발전을 위한 의미 있는 일에 쓰였는데 전액 삭감이 된다면 연속성 있는 사업들의 파행이 불가피하다”면서 “바둑예산 관련부처인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상구 경기도바둑협회 회장은 ‘바둑인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회장은 성명서에서 “바둑 예산을 일부 삭감도 아니고 전액 삭감하는 것은 올해 예정됐던 사업이 전면 백지화되는 것은 물론 바둑계 전체를 고사시키는 자충수”라고 질책했다.
이날 총궐기대회에 참가한 일부 관계자들은 마이크를 잡고 기획재정부를 향해 날 선 비판을 퍼부었다. 한 참가자는 “기재부 사무관 정도면 사실 (현장에) 나와야 한다. 어디 건방지게…”라고 발언한 뒤 “대한바둑협회 정도면 1000만 바둑인을 대변하는 조직인데, 협의체를 만들어서 저 친구를 자르든지 반성문을 쓰게 하든지 하고 즉시 예산을 복구해야 한다”고 거친 언사를 이어갔다.
세종시 기재부 청사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자, 일부 참가자들은 “용산으로 가서 시위를 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한편 ‘바둑진흥법’이 있음에도 대한바둑협회가 지난해 21억6200만원의 예산을 올해 전액 삭감 당한 반면, 진흥법이 있는 다른 종목들은 올해에도 지난해와 동일하거나 더 많은 지원금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씨름은 지난해 62억7600만원을 받았으나 올해 전년 대비 3억9000만원(6.2%) 상승한 66억6600만원을 받았다. 이는 민속씨름 진흥과 관련된 씨름진흥법 제8조가에 근거했다.
전통무예는 지난해와 동일한 15억원을 받았고, 이 또한 전통무예 진흥과 관련된 생활체육진흥법 제5조 2항, 국민체육진흥법 제22조 시행령 제23조 등을 기반으로 했다.
이전까지 바둑 예산은 프로기사를 총괄하는 단체인 한국기원과 아마추어를 관장하는 대한바둑협회가 각각 나눠 배정 받고 있었다. 대한바둑협회 예산에 한국기원이 받았던 17억1300만원을 더한다면, 바둑계 전체가 총 받았던 지원금은 38억7500만원에 이른다.
현재는 한국기원에 지난해 대비 10% 축소 지급된 지원금 15억4200만원을 대한바둑협회와 나눠 사용하도록 문화체육관광부가 나서 중재 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