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전 세계에서 최하위권 수준의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비롯해 다방면에 자리잡은 악재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 하락세가 조만간 일단락될 것으로 보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완화 시점이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2440.04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올해들어 8.60% 하락한 수치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서 3거래일(2일, 15일, 18일)을 제외하면 모두 내림세로 마감했다. 이달 첫 거래일 이후 8영업일 연속 하락하기도 했다. 지난 17일에는 2.47%(61.69p)나 빠지면서 2500선이 처음 붕괴됐다. 이는 지난해 10월26일(-2.7%) 이후 가장 큰 하락이다.
글로벌 지수와 비교해도 유독 부진하다. 올해 코스피는 주요 20개국(G20) 증시 중 가장 높은 수준의 낙폭을 보였다. 반면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거품 경제 시점인 1990년 2월 이후 34년 만에 최고점을 경신해 아시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미국 뉴욕 3대 지수도 사상 최고가 부근에서 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앞서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10월31일 2277.99로 저점을 찍은 이후 반등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실물경제지표 둔화로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강화됐고, 정부의 공매도 금지 정책이 상승 동력을 형성했다.
특히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파월 미 연준 의장의 비둘기파적 발언과 피봇 기대감에 글로벌 증시가 랠리(강세장) 모습을 자아냈다. 비슷한 시기에 반도체를 비롯한 한국 수출 데이터 호재가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는 주요국 가운데 비교적 강한 랠리가 연출됐다.
하지만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면서 대형주 중심의 실망매물이 늘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잠정치가 15년만에 10조원을 하회한 6조5400억원으로 집계됐다. 또 상속세 이슈에 따른 삼성 오너 일가의 계열사 지분 매각에 단기 변동성이 확대된 점도 증시 상승을 제약했다.
북한이 전쟁 가능성을 다시금 언급한 것도 악재다. 지난 14일 오후 북한은 고체연료를 사용한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이튿날 김정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전쟁이 일어날 경우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뒷받침하는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진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한반도 전쟁 리스크를 민감하게 고려한다”며 “북한의 도발 이후 외국인은 이틀 연속 순매도 포지션을 보였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같은 국내 증시의 하락세가 언제까지 지속되냐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조만간 일단락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화투자증권은 20일 코스피 지수 이격도가 94.6% 하락해 기술적으로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다고 판단했다. 이격도는 당일 주가를 이동평균치로 나눠 100을 곱한 값이다. 이격도가 100% 이상은 주가 상승세를 뜻하나, 반대의 경우는 하락세를 의미한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23년 이후 20일 이격도가 95%까지 떨어진 적은 두 번 있었다. 다만 모두 코스피가 저점을 확인하고 반등했다”며 “2022년에는 95%를 밑돈 적도 있었지만, 당시엔 주식시장의 상승·하락 궤적이 더 가팔랐고 내재 변동성도 지금보다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도 9.64배까지 내려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 5월과 10월에 이어 10배를 밑돌았다”며 “밸류에이션 메리트를 주장할 수 있는 구간이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시점이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을 살펴보면 국내 증시는 일본은 물론 미국보다 강한 상승을 보인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결국 증시 부진이 해소되는 계기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시점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