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증권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임직원들의 사적 이익 추구 행위에 엄정 대응할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해 제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5개 증권사(메리츠·다올·하이투자·이베스트·현대차증권)에 대한 부동산 PF 기획검사 결과를 개별 통보하고, 제재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분류된다. 통상 문책 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된다. 문책 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을 경우 3~5년간 금융회사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0월23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5개 증권사에 대해 부동산PF 기획검사를 실시한 결과 증권사 임직원 사익 추구, 내부통제 취약점 등을 다수 적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 검사 결과를 살펴보면, PF 사업장의 공개 개발진행 정보를 이용해 시행사 관련 전환사채(CB)를 투자해서 500억원 상당의 PF 사업수익을 부당 수취한 사례가 확인됐다.
또 PF 사업장의 비공개 수익성·안정성 정보를 지득해 시행사 등에 법상 한도를 초과하는 금리로 사적 대여하고, 40억원 상당의 고리 이자를 편취한 것도 드러났다.
특히 A 증권사의 한 임원은 업무 과정에서 부동산임대 PF 정보를 보고 가족법인을 통해 900억원 상당의 부동산 11건을 취득·임대했다. 이후 3건을 처분해 100억원 상당의 매매차익을 얻었다. 직무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한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메리츠증권 사모CB 불건전 영업행위 사건에 대한 이용우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사내 정상적인 직업윤리나 통제 시스템이 종합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라며 “투자 프로세스 자체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오는 24일 15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를 소집해 신년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당국이 그간 증권사들에 건전성 관리와 내부통제 강화 등을 꾸준히 주문해 온 만큼, 해당 자리에서 관련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