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서 열리고 있는 동계 청소년올림픽에 때아닌 ‘콘돔 논란’이 불거졌다. 조직위원회가 참가 선수에게 콘돔을 제공하자 학부모 단체가 반발하면서다. 전문가들은 콘돔 제공 행위가 청소년의 성관계를 조장하는 것이 아닌 ‘위험한 성생활’을 예방하는 차원으로 여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24일 강원 동계 청소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조직위는 의무팀이 콘돔 3000개를 확보해 강릉원주대 선수촌에 2500개, 정선 하이원 선수촌 의무실에 500개를 비치해 선수들이 필요할 때 가져가도록 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지난 19일 막을 올린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78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소속 15~18세 청소년 선수 1802명이 참가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성적 에너지와 호기심이 한창인 청소년 선수들 또한 성인 선수들처럼 안전한 성생활을 해야 한다고 보고 콘돔을 나눠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학부모 단체가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23일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은 성명을 내고 “건강한 신체와 건전한 정신을 기르기 위한 장이 돼야 할 청소년올림픽에서 콘돔을 나눠주는 것이야말로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IOC가 청소년에게 콘돔을 나눠주며 호기심 많은 10대라고 궁색한 변명을 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며 “이러한 일이 되풀이된다면 청소년올림픽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청소년올림픽에서 콘돔을 배포하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전 세계 젊은 운동선수가 모이는 올림픽에선 오래전부터 콘돔을 나눠주고 있다. 앞서 2018 부에노스아이레스 하계 청소년올림픽과 2020 스위스 로잔 동계 청소년올림픽에서도 선수들에게 콘돔을 나눠줬다. 2018 강원 평창 동계 올림픽에선 겨울 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11만개의 콘돔이 배포됐다.
전문가는 학부모 단체의 우려가 더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콘돔은 성관계를 조장하는 물품이 아닌 성병 확산을 방지하는 예방약으로 여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수연 서울대 보건대학원 보건환경연구소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콘돔을 비치했다고 해서 성관계를 해도 괜찮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학생이 과연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며 “콘돔 제공을 성관계를 조장하는 것이 아닌 위험한 성생활을 예방하는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에서도 매독 환자가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라며 “성관계로 하여금 생기는 여러 질병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콘돔 비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