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아폴로 프로그램 이후 50여년 만에 달에 사람을 보내는 계획으로, 오는 11월 우주인 4명이 탑승하는 아르테미스2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9월 NASA는 아르테미스2호 여유 공간에 우리나라 큐브위성 탑재를 제안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이 개발한 큐브위성을 탑재한다는 내용의 참여의향서를 NASA에 제출했지만, 예산 부담과 일정 촉박 등을 이유로 국회 심의과정에 반영조차 못한 채 무산됐다.
우주개발 노하우 습득기회 걷어차
이에 사태에 대해 과학계는 우려와 비난을 쏟아냈다.
과기정통부가 이번 참가에 필요한 예산으로 도출한 금액은 70억 원.
과학계는 이를 마련하는 게 부담스러워 참가를 포기했다면, 2032년 무인 달 착륙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초 저비용으로 엄청난 유무형의 이익을 얻을 기회를 날린 셈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실제 2022년 미국 스페이스X사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달로 향한 우리나라 달 탐사선 ‘다누리’ 프로젝트에는 2,330억 원이 소요됐다.
한 과학계 인사는 “이번 불참은 우주개발 최강 미국의 50년 노하우를 곁눈질 할 기회를 걷어찬 것”이라며 “우리니라 경제규모에서 70억 원이 이런 중요사업을 선택도 못할 비용인가”라고 질타했다.
또 과학계는 정부가 이번 불참 이유로 밝힌 위성 개발시간 촉박도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해 5월 천문연이 개발한 우주기상 측정용 큐브위성 ‘도요샛’ 4기를 누리호에 실어 우주로 보냈고, 이 중 3기가 세계 최초 위성 편대비행에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천문연은 기한 내 아르테미스2호에 탑재할 큐브위성 제작이 가능한 것은 알려졌다.
도요샛 프로젝트를 주도한 천문연 황정아 박사는 “달에 위성을 보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고 비싼 경험”이라며 “이번 기회는 거의 공짜로 가고, 선진 기술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내던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학기술 홀대문제 근본부터 해결해야
과학계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정부가 과학기술에 대한 무관심보다 더한 홀대에 기인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특히 올해 연구개발 예산 대규모 삭감에서 그대로 드러났다는 것. 이번 NASA 제안 거절 사례 역시 이 같은 과학기술 경시와 제도의 경직성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가 예산을 결정할 때 과학기술 부문이 뒤로 밀리는 게 당연한 현상이 되고 있다”며 “창의적 아이디어로 도전하는 것은 고사하고 기존 과제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25개 출연연의 어정쩡한 기관 지위가 갖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게 중론이다.
출연연은 법적으로는 특수법인임에도, 2008년 공공기관 지정 이후 연구기관의 특수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다른 공공기관과 동일한 규제 대상이 됐다.
이에 따라 유연성이 요구되는 연구개발 예산의 경우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에 따라 전년 상반기에 일괄 결정된다.
즉 올해 연구개발 예산은 이미 지난해 초 확정되기 때문에 급변하는 과학기술 시류에 유연하게 대응하거나 도출된 아이디어를 바로 적용해 발전시키는 연구개발 특성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
황 박사는 “현행 체제는 가장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과학자가 아이디어를 시도조차 못하는 막는 꼴”이라며 “출연연을 공운법 대상에서 제죄, 예산구도의 경직성을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황 박사는 “출연연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성과를 얻어 낼 수 있다”며 “일관된 계획에서만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것은 과학기술의 특성을 고려치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덕특구=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