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값이 무서워” 식자재마트서 장보는 시민들

“귤값이 무서워” 식자재마트서 장보는 시민들

한 푼이라도 아끼자…식자재마트 각광
맛·질보다 “가성비가 최고”
소비자 물가 둔화…체감물가 여전히 높아
한은 “물가 안정기까지 평균 3.2년”

기사승인 2024-01-31 06:05:07
쿠키뉴스 자료사진

고물가가 지속되며 대용량 식자재를 저렴하게 파는 식자재 마트에서 장을 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29일 오후 7시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A 식자재마트. 퇴근길 장을 보려는 시민으로 북적였다. 마트 곳곳에 대용량 식품들이 층층이 높게 쌓였다. 기본 1㎏이 넘어간다. 햄 1㎏ 9900원, 왕만두 1.2㎏ 7980원, 콩식용유 1.9ℓ 5980원, 동태포 1.2㎏가 3팩에 1만원 수준이다. 채소 진열칸에는 ‘오늘의 행사상품’이라고 빨간 글씨로 큼지막히 적힌 종이가 줄줄이 붙었다.

식자재마트는 도매 전문 유통기업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주로 이용한다. 대용량에 저렴하게 식자재를 구매할 수 있어서다. 주 고객층이 자영업자이다 보니, 식자재마트들은 사업자번호를 입력하면 구매 시 할인해주는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1인 가구도 찾는 식자재마트…온라인 사이트 접속자 폭주도

체감물가가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개인 소비자 사이에서도 식자재마트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 식자재마트는 대형마트나 온라인 보다도 저렴하게 장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각광받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주민 최모(63·여)씨는 “뉴스에서는 물가가 진정되고 있다는 데 말도 안된다”면서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려 마트 별로 가격을 비교해가며 싼 곳을 찾다 보니 식자재마트를 주로 이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A 식자재마트 앞에서 만난 이모(54·여)씨는 “비싸서 귤을 못 사 먹는다”면서 “5000원어치만 살 수 있던 귤이 기본 만원이 넘어간다. 이제는 식자재마트 가격마저 부담스럽게 느껴질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대용량임에도 자취생 등 1인 가구에서 식비를 아끼려 식자재마트를 찾기도 한다. 서울 마포구 B 식자재마트에서 고로케 18개들이, 돈까스 6개 들이 등이 담긴 냉동고를 한참 들여다보던 대학생 한모(24)씨는 “냉동고에 쟁여 놓고 하나씩 해동해서 먹으려고 한다”면서 “식자재마트를 이용한 지 1년 정도 됐다. 주변에도 가성비가 좋다고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인기를 체감할 수 있다. 온라인 맘카페에서는 “샐러드용 야채를 사러 집 앞 마트 갔다가 가격에 놀라서 나왔다. 그 길로 식자재마트에 가서 쟁였다”, “식자재마트에서 딸기 4팩을 만원에 ‘득템’ 했다” 등 후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식자재마트에서 할인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돌리는 전단지를 공유하기도 한다. 최근 트위터에서 인기를 끈 한 식자재마트는 온라인 사이트에 접속자가 폭주, 한때 대기 인원이 1000명이 넘기도 했다. 

물가 잡히는거 맞아? 체감물가는 고공행진…식용유 63.4%↑·귤 44.8%↑

지난해 10월 3.8%까지 반등했던 소비자물가가 점차 둔화하고 있지만 서민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 생활물가지수(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품목 및 기본 생활필수품 144개 가격을 바탕으로 작성)는 3년 새 13.7% 오르고, 20%가 넘게 오른 품목도 42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먹거리 물가 상승이 체감물가를 밀어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물가지수를 품목별로 보면 3년 전보다 10% 이상 오른 것은 99개로 전체의 68.8%에 달했다. 대표적으로 3년 전보다 △식용유 63.4% △소금 57.3% △국수 54.2% △수박 45.5% △귤 44.8% △오이 41.4% 등이 크게 올랐다.

설 차례상 비용도 역대 최고를 갱신했다. 지난 28일 한국물가정보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차례상 비용을 조사한 결과, 4인 가족 기준 올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을 이용할 경우 28만1000원, 대형마트를 이용할 경우 38만580원 수준이었다. 이는 지난해 설 차례상보다 각각 8.9%, 5.8% 올라간 가격으로 역대 최고치다.

서민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물가가 안정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29일 공개한 ‘물가 안정기로의 전환 사례 및 시사점’을 통해 “물가안정기에 진입하더라도 최초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충격 발생 이전 수준까지 돌아가기에는 평균 3.2년”이라며 “한국의 경우 점차 인플레이션 지표가 낮아지는 모습이나 물가안정기 진입과 관련된 마지막 단계 리스크가 잔존한다. 물가안정기로의 재진입 여부는 부문 간 파급, 기대인플레이션·기조적 인플레이션 등 다양한 관점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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