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윌로우 신드롬이다.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난 직후 여자배구 흥국생명은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후반기 시작 직후 합류한 공격수 윌로우 존슨(등록명 윌로우)이 맹활약했다.
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에서 흥국생명은 GS칼텍스와 원정 경기를 3-0(25-20 25-19 26-24) 완봉승으로 장식했다.
이번에도 윌로우였다. V리그 데뷔전인 지난달 30일 한국도로공사전에서 17점을 수확해 한국 무대에서 성공적인 신고를 마친 윌로우는 이날도 팀에서 가장 많은 19점을 책임졌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전설적인 투수 랜디 존슨의 딸로 주목받았던 윌로우는 데뷔전을 비롯해 출전한 두 경기 모두에서 승리를 따냈다. 챔피언 자리를 노리는 흥국생명의 특급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17일 4라운드 최종전에서 GS칼텍스에 1-3으로 패했던 흥국생명은 보름 만에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나 완벽한 설욕전에 성공했다.
2연승을 달리면서 20승(6패) 고지에 오른 흥국생명은 승점 56으로 리그 선두 현대건설(승점 61)과 격차를 좁혔다.
흥국생명은 윌로우 외에도 김연경과 레이나 도코쿠(등록명 레이나)가 모두 15점으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김연경의 공격이 원활하게 풀리지 않은 경기에서 다른 선수의 고른 활약을 발판 삼아 승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점에서 흥국생명의 카드가 다양해진 셈이다.
V리그 여자부 6번째로 통산 4500득점을 달성한 김연경도 서브 에이스 3개를 터트리며 공격을 지휘했다.
흥국생명은 1세트 20-18로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던 시점, 윌로우의 시간차 공격으로 21-18을 만든 뒤 김연경의 2연속 서브 에이스로 승세를 확립했다. 1세트를 가져오는 24점과 25점은 모두 레이나가 책임졌다.
2세트 역시 20-18에서 김연경의 2연속 공격 득점과 윌로우의 퀵오픈 등을 묶어 4연속 득점으로 기세를 올렸다. 흥국생명의 세트 막판 스퍼트는 3세트에도 계속됐다.
가장 팽팽했던 3세트는 20-20에서 김연경과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GS칼텍스)가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면서 24-24 듀스까지 도달했다.
듀스에서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강력한 스파이크가 GS칼텍스 수비에 맞고 넘어오자 가볍게 차단한 김수지의 공격으로 매치 포인트를 만들었다.
마무리는 신장 191㎝인 윌로우였다. 아버지 랜디 존슨이 MLB 마운드에서 무시무시한 왼팔을 휘둘렀던 것처럼, 파괴력 넘치는 왼손 스파이크로 상대 코트를 직격해 흥국생명에 2연승을 안겼다.
GS칼텍스는 실바가 22점으로 고군분투했으나 나머지 선수의 지원을 받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15승10패, 승점 43으로 그대로 3위 자리에 머무른 GS칼텍스는 2위 흥국생명과 격차가 승점 13까지 벌어졌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