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 광풍’에도 건설주 쓴웃음…“아직 바닥 아니다”

‘PBR 광풍’에도 건설주 쓴웃음…“아직 바닥 아니다”

이달 중 건설주 일제히 하락, DL이앤씨 11.6%↓
“건설업 실적 변동성 높아, ROE 상승세 담보 없어”
“현재 건설종목 주가, 더 떨어질 수 있어”

기사승인 2024-02-07 06:00:14
사진은 서울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최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기대감으로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들이 급등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저 PBR 종목에 해당되는 건설주는 오히려 하락하면서 수혜를 입지 못했다. 투자업계에서는 건설업의 부진한 실적과 우발채무 부담이 악재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국내 증시에 사장된 건설종목으로 구성된 KRX 건설 지수는 1.7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32%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정반대의 흐름이다.

건설주의 종목별로 살펴보면 더욱 높은 하락세를 나타낸다. DL이앤씨 주가는 11.6% 급락한 3만8100원으로 주저앉았다. 아울러 현대건설과 GS건설, 대우건설도 각각 3.85%, 2.74%, 2.0% 내려갔다.

특히 PBR 수혜 업종과 비교하면 주가 흐름 차이가 더욱 명확하다. 전날 종가 기준 한화생명 주가는 3545원으로 이달 들어 5.66%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증권 주가도 2% 오른 8460원에 장을 마감했다.

최근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에 따른 투자 심리 확산으로 PBR 1배 이하인 저 PBR 종목인 보험과 증권주 중심의 주가 상승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차익 실현 등으로 상승분을 소폭 반납했으나 여전히 오름세다.

문제는 건설주도 대표적인 저 PBR 종목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건설주의 저평가 현상은 증권과 보험주와 비슷하다. DL이앤씨의 PBR은 0.35배 수준이다. GS건설은 0.28배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의 경우 각각 0.46, 0.39배로 나타났다. 증권·보험 종목 평균 PBR은 약 0.45배로 집계됐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건설주는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세를 담보할 수 없어 타 저 PBR 종목 대비 투자 매력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건설주에 대해 투자의견 중립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통상 증권사에서 매도 의견을 찾아보기 힘든 점을 감안하면, 중립은 사실상 매도 의견으로 해석된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변동성이 큰 건설업 특성상 ROE는 꾸준하게 상승하기 어렵다”며 “주주환원 성향을 높이면 되겠지만 부채비율이 높고 우발채무 부담이 있는 업종 특성상 보유한 현금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정책을 확립해 장기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국내 신용평가사는 건설사의 우발채무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기준 GS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를 약 3조2000억원으로 평가했다. 이 가운데 1조8000억원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도급사업에 관련됐고, 대부분 미착공 및 분양미개시 사업장으로 구성됐다.

롯데건설과 코오롱글로벌의 PF 우발채무도 각각 5조4000억원, 1조5000억원으로 모두 자기자본 대비 높은 수준이다. 

건설사의 부진한 실적도 투자 심리 냉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DL이앤씨와 현대건설,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대우건설 등 5개 건설사의 지난해 4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3873억원이다. 시장 기대치를 47.7% 하회한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특히 GS건설은 지난해 4분기 1937억원의 영업적자를 시현했다. 순손실은 3137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아파트 사고로 인한 일시적 비용 5524억원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더불어 사업장 전수 조사에 따른 다수 현장 원가율 조정으로 매출 차감효과도 발생했다.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상 건설주가 아직 하향 사이클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 더 떨어질 여지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건설주는 주가상 바닥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후 시장 추정치가 하향되는 모습을 보더라도 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반적인 추정치 하향의 배경은 착공 감소, 수주 감소, 원가 개선 어려움, 미수금 상각, 투자평가손실, 환율 하락에 따른 환손실이다. 4분기에 보여준 모습으로 모든 비용을 상각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부동산 가격 하락 업황을 고려할 때 미분양이 증가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비용 반영이 추가로 나타날 여지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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