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집단의 욕심과 밥그릇 지키기로만 치부하지 말아달라.” 유튜브 채널 ‘공공튜브_메디톡’을 통해 공개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힌 홍재우 대전성모병원 인턴의 말이다.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에 반발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파업 등 집단행동을 일단 자제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가운데 홍 인턴의 공개적 발언이 전공의들의 투쟁 불씨를 지필지 주목된다.
지난 13일 자신을 중앙대 의과대학 졸업 후 현재 대전성모병원 정형외과 소속 인턴이라고 밝힌 홍 인턴은 ‘결의’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얼굴과 실명을 드러내고 “이 작은 행동이 불씨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14일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할 것이라고도 했다.
홍 인턴은 “의사에 대한 시각이 적개심과 분노로 가득한 상황에서 더 이상 의업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런 생각에 잠시 내려놓으려 한다”고 사직 배경을 밝혔다. 이어 “의업을 행하는 사람임과 동시에 한 환자의 보호자이기도 하다”며 “그럼에도 이 일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기득권 집단의 욕심과 밥그릇 지키기로만 치부하지 말아달라”고 전했다.
전공의(인턴·레지던트)가 파업을 할 경우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뒤 이에 불응할 경우 면허를 박탈할 수 있다는 정부의 경고를 의식한 듯 자신의 의사 면허증과 면허번호를 공개하며 “혹시 이 영상을 보고 내가 집단행동을 선동한다고 생각한다면 면허를 가져가도 좋다”고 강조했다.
해당 영상은 게시된 후 11시간 만에 4만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 댓글에는 “전문의들도 어떠한 역할을 다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실천에 옮기겠다”, “그 용기를 응원하고 지지한다”, “비정상적인 시스템 속에서 1년간 헌신하느라 수고했다. 며칠 푹 쉬길 바란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홍 인턴은 현재 수도권 빅5 병원 중 하나인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전공의에 합격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공개적 발언이 향후 전공의들의 사직 러시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인 이형민 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13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2월 말이 지나면 많은 사람이 사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인턴들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도 13일 온라인 총회를 열고 동맹휴학 등 집단행동을 논의했다. 의대협은 오는 15일 논의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의사협회도 같은 날 15일 전국 곳곳에서 의대 증원 반대 집회를 열고 주말에 회의를 거쳐 총파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