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력 논란 중심에 섰던 클린스만이 결국 사령탑에서 내려오게 될 전망이다. 요르단에 유효 슈팅조차 단 1개도 하지 못하고 0-2로 패하는 등 졸전을 거듭했던 클린스만은 마지막까지도 “지도력 문제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한축구협회(KFA)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15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축구회관 1층 로비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국가대표팀 감독 경질을 협회에 건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2월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클린스만 감독은 1년 만에 해임 위기에 처했다.
이날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는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을 필두로 정재권(한양대 감독)⋅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화상으로 참석)⋅곽효범(인하대 교수)⋅김현태(대전하나 전력강화 실장)⋅김영근(경남FC 스카우터)⋅송주희(경주한수원 감독)⋅조성환(인천 감독⋅화상으로 참석)⋅최윤겸 위원(청주 감독⋅화상으로 참석) 등 9인이 참석했다. 미국으로 떠나 한국에 없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도 화상으로 1시간 가량 회의에 참석했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 논의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질타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이날 축구협회 전력강화위는 클린스만 감독이 물러나야 한다는 공식 의견을 냈지만, 일부 참석 위원들은 2년 후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지휘봉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은 브리핑을 통해 “여러 가지 이유로 클린스만 감독이 더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위원회 판단이 있었고, 교체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발표했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회의가 길어지면서 당초 오후 2시로 예정됐던 회의 결과 브리핑은 오후 3시, 이어 오후 3시30분으로 연기됐다가 최종적으로 오후 4시로 변경됐다. 고민이 길어진 이유 중 하나로 클린스만 감독이 지도력 논란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부분이 거론된다.
이날 클린스만은 경기력 부진 원인을 감독의 지도력이 아닌 선수들 탓으로 돌렸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단 불화가 있었다. 그것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요르단과 준결승 경기 전날 다툼을 벌였던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에 0-2로 완패하면서 탈락했다. 경기 결과보다 더 질타를 받았던 것은 내용으로, 전략⋅전술 부재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다.
‘역대 최강 전력’으로 팀을 구성하고도 이를 내용과 결과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한국 감독임에도 사실상 한국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는 클린스만 감독의 잦은 해외 체류를 비롯한 태도 논란도 이어졌다.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세 번째 골을 허용한 후 미소를 지었던 부분은 외신에서도 질타하면서 파장이 커진 바 있다.
손흥민과 이강인을 중심으로 한국 선수단 사이에서 내분이 있었던 점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클린스만 감독의 팀 관리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여러 가지 이유로 전력강화위는 클린스만과 더 이상 함께 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정작 클린스만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이날 발표된 전력강화위 결과를 검토해 클린스만 감독 경질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