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오는 4월 총선 공천을 둘러싸고 연일 잡음이 일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밀실 공천’ 논란에 이어 전당대회 돈봉투 수수 의혹을 받는 의원들에 직접 불출마를 권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친명 지도부가 당 공식 기구가 아닌 비공식 회의체를 통해 일부 비주류 현역 의원 컷오프(공천 배제) 등을 논의한다고 알려졌다. 지난 설 연휴기간 중에는 이 대표가 직접 전당대회 돈봉투 수수 의혹을 받는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불출마를 권고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 비주류인 비명계에서는 시스템 공천을 무력화했다면서 ‘이재명 사당화’를 주장하고 있다.
국회부의장이자 4선 중진인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민주당이 제게 의정활동 하위 20%를 통보했다”며 “저를 반명으로 낙인찍었고, 이번 공천에서 떨어뜨리기 위한 명분으로 평가 점수가 만들어졌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떤 근거로 하위 20%가 평가됐는지 정량평가 점수를 공개할 걸 요구한다”며 “저에 대한 하위 20% 통보는 이재명 대표 사당으로 전락했다고 볼 수 있는 가장 적나라하고 상징적 사례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에게 직접 불출마를 권고받은 문학진 전 의원도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직접 평가 수치를 불러주는 걸 겪고선 완전히 특정인을 위해서 만들어낸 수치라고 추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 대표의 호위무사, 친위대, 예스맨에게 공천을 배려하기 위해서 수를 쓰다 보니까 비선에서 무리수를 두고 수치 조작 의혹이 매우 짙은 행태를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비명계 현역 의원을 배제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수진 의원은 19일 당 의원 전원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 “시스템 공천이라고 믿고 기다리고 있었다”며 “전략 지역도 아닌데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지역구와 무관한 사람으로 여론 조사를 돌리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은 공천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즉시 반박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19일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비공식 회의에서 공천 논의를 했다는 보도가 있어서 회의에 참석한 분들이 있는지 내부적으로 확인해 봤다”며 “회의에 참석한 분을 찾을 수 없었다"고 답했다.
일부 현역 의원을 뺀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공천 시기에 다양한 선거 전략 등을 위해 다양한 조사들이 행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해당 여론조사들을 당에서 진행한 것인지 다른 곳에서 한 것인지 직접 구별해내기 어렵다”이라고 말했다.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밀실공천’ 논란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공천 배제 후보로 거론된 현역 의원과 통화에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민주당에서 ‘현역 의원 평가 결과 하위 20%’ 개별 통보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며 공천 잡음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해당 명단에 비명계가 다수 포함될 경우 공천 내홍은 최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