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의 설문조사를 대행했다는 비판이다. 여기에는 진보진영 조희연 교육감의 정치성향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의회는 학부모를 상대로 선거운동에 나섰다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이런 논란을 바라보는 일선 현장에선 정쟁을 떠나 교육 본연의 목적에 충실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시교육청의 무분별한 국회 대관업무 협력 관행도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허훈 서울시의원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최근 4년 동안 서울시교육청이 국회의원에게 설문 조사를 요청받은 건수는 총 26건으로 집계됐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요청이다. 이 가운데 1건을 제외한 25건을 시교육청 등이 가정통신문이나 공문 형태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국회의원이 만든 설문 조사를 링크하거나 QR코드를 첨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상은 유치원뿐마 아니라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등 전체 구성원이었다.
허훈 시의원은 “시교육청이 e알리미(스마트공지시스템)나 가정통신문 등으로 보내는 걸 간단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특정 국회의원의 의도성 있는 설문조사가 학부모 78만명에게 그대로 노출됐다. 일종의 선거운동”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시교육청이 국회의원의 자료 요청에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교육은 중립적이어야 한다. 대외협력을 이유로 문제의식 없이 ‘의대정원 확대’ ‘돌봄 교실’ 등에 반대 의견을 유도하는 여론조사를 대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반대하는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할 수 없다’는 시교육청의 선별적 행태를 꼬집었다.
허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시교육청이 실시한 일부 설문조사에서는 ‘격화’ ‘우려 목소리’ 등 특정 답변을 요구하는 문구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식 여론조사에서는 바이어스(편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자제한다.
여론조사기관 한 관계자는 “설문에 앞서 들어가는 문구는 객관적인 사실만 명시를 해야 한다. 거기에는 주관적인 의견이나 견해 같은 것이 들어가면 안 된다”면서 “명백하고 객관적인 사실로 응답자의 판단을 도와주기 위한 것이지, 특정 의견을 유도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정부가 어떤 정책을 했다’ 등 이런 정도만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이번 논란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서울교사노조 장대진 수석부위원장은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는 누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조금 더 교육 목적으로 소중히 다뤄주셨으면 한다. 교육을 정치적 논란거리로 삼는 게 안타깝다”며 “조심스럽지만 시도교육청을 통해서 일선 학교까지 이런 설문조사 협조 요청이 내려오는 것은 조금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육 본연의 업무 이외 행해지는 정치권의 무분별한 협조 요청도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시교육청도 문제지만 국회의원과 시의원들도 달라져야 한다. 왜냐하면 국정감사나 행정감사뿐만 아니라 수시로 시교육청을 통해 엄청나게 많은 협조 공문 보낸다. 이 중에는 설문조사 의뢰도 있다”면서 “교육청을 통로 삼아, 일선 학교에 너무 과도하게 많은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입장문과 설명자료를 통해 “시교육청은 국회의원의 요구 자료에 대해, 국회의원의 소속 정당에 따라 협조 여부를 판단한 적이 없다. 국회의원의 일상적인 의정활동에 협조했을 뿐이다. 공무원의 선거 개입이나 정치적 중립성 위반은 전혀 아니다”라며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협조를 위한 행정행위를 정치적으로 해석한 상황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앞으로도 정치적 중립성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