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 폭탄에 일부 지하철 운행 차질도
- 서울 눈 14㎝ 쌓여
모처럼 전국이 하얀 솜이불을 덮어썼다.
자고 일어났더니 창밖이 온통 눈 세상이다. 전날(21일) 밤부터 비가 눈으로 바뀌더니 지정을 넘기고 기온이 하강하면서 본격적으로 눈이 쌓이기 시작해 밤사이 온 천지를 설국으로 만들어 놓았다.
많은 눈이 내리자 시민들은 출근길 자가용을 주차장에 남겨 놓은 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성숙함을 보였다. 아파트 고층에서 내려다 본 주차장에는 승용차들이 흰 눈을 한가득 이고 나란히 줄 맞춰 서있다.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아름다운 모습에 탄성을 자아내며 아파트 단지와 거리의 설경을 카메라에 담기에 분주하다.
관계당국의 발 빠른 제설작업으로 간선도로의 눈은 다 치워졌지만 서울의 설경 명소로 알려진 송파구 올림픽공원에는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마지막 겨울 풍경을 즐겼다.
흰 눈이 쌓인 공원의 산책로를 걸으며 연신 작품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나뭇잎 떨군 겨울 나목들은 새하얀 눈옷을 입고 겨울나무로 변신해 겨울왕국을 완성했다. 봄을 앞두고 일찍 꽃망울을 터뜨린 산수유 노란 꽃봉오리도 하얗게 눈 모자를 쓰고 가지마다 흰옷으로 치장했다. 그 아래에서 할아버지와 손녀들이 눈싸움을 하며 함박웃음을 터뜨린다. 황홀한 설경 속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동안 어느새 추위는 사라지고 따뜻한 추억만 마음에 담는다.
풍납동에서 온 장경인(47) 씨는 “공원 카페에서 조용히 일을 하려고 왔는데 그림 같은 풍경에 혼을 빼앗긴 듯하다”면서 “일도 좋지만 충분히 눈 속에서 사색을 즐기다 가려한다”고 말했다.
올림픽공원의 명소 나홀로 나무는 순백의 언덕을 배경으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시민들 카메라 세례를 받는다. 몽촌토성 아래 목책과 눈 덮인 소나무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한국화를 선사하고 낮즈막한 토성 뒷편 아파트 단지도 나름 부조화 속 조화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서울의 한 복판 남산도 하얀 옷을 갈아입었다. 남산순환도로를 지나며 만나는 오래된 교회 첨탑에도 흰 눈이 내렸다. 눈을 뒤집어 쓴 겨울나무 사이로 보이는 N서울타워와 케이블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동심으로 돌아간다. 서울로 7017을 찾은 시민들도 그림 속 한 장면이 펼쳐지면서 사진 찍기에 여념 없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내린 눈은 서울로7017 봄의 전령사로 노랗게 피어난 영춘화에게 따뜻한 솜사탕 같은 흰 눈을 선사했다.
자정부터 22일 오전까지 수도권에는 서울 13.8㎝, 경기광주 13.5㎝, 영종도(인천) 13.0㎝, 양주 12.4㎝, 고양고봉 12.0㎝, 강서(서울) 5.9㎝의 눈이 내렸다.
오전 한때 서울 지역에 폭설이 내리면서 22일 출근시간대 지하철 5호선 열차 운행이 전 구간에서 25분씩 늦어지기도 했다. 강원 산지와 동해안을 중심으로 최대 70㎝ 가까운 폭설이 내리면서 강원도내 곳곳에서 교통사고, 정전, 고립 등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 누적 적설량은 향로봉 67.7㎝, 강릉 성산 63.6㎝, 조침령 59.4㎝, 삽당령 56.7㎝, 양양 오색 50.6㎝, 속초 설악동 49.3㎝, 강릉 왕산 47.4㎝, 대관령 43.9㎝, 동해 달방댐 38.2㎝, 삼척 도계 36.7㎝ 등이다.
수도권과 강원내륙은 오전부터, 충청은 밤부터 눈이 차차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기내륙과 강원내륙 일부엔 밤 한때 다시 눈이 내리겠다. 강원동해안·강원산지·경북북동산지엔 23일까지 눈, 제주엔 23일까지 비나 눈이 오겠다. 호남과 경상서부내륙, 경상동해안 등에도 23일 아침까지 비나 눈이 이어질 전망이다.
기온은 이날 비와 눈이 그친 뒤 더 떨어져 23일에는 중부지방·전북동부·경북내륙, 24일에는 중부지방과 남부내륙을 중심으로 아침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겠다.
글·사진=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