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국내 자본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가 코앞에 다가왔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이뤄져야 국내 증시의 체질 개선이란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은 오는 26일에 발표될 예정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는 그동안 기업가치 제고, 자본시장 공정한 질서 확립, 자본시장 수요 기반 확충 측면에서 노력해 왔다”며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촉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오는 26일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금융당국,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이 주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미국 등 주요국 증시 대비 저평가된 국내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을 가졌다. 이는 올해 금융위원회의 업무 계획에도 포함된 주요 추진 사안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상장사의 이사회가 스스로 기업가치 저평가 이유를 분석해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적극 설명·소통하는 것을 지원하는 방안을 말한다. 경성 규범이 아닌 연성 규범 형태로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상장사의 주요 투자지표(PBR, ROE 등)를 시가총액·업종별로 비교공시하고, 상장사에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를 권고하는 방안이다. 또한 기업 가치 개선 우수기업 지수 개발 및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의 방안이 포함될 예정이다.
특히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기업에 세제 혜택을 추진할 전망이다. 세제 혜택으로는 자사주 소각 시 비용 인정, 배당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 등의 내용이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
최 부총리는 “주주환원 노력을 촉진할 수 있는 세제 인센티브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시 세제 지원 방안과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된 상법 개정에 대한 방향도 함께 밝히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증권가에서는 세제 혜택이 제공될 경우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한다. 프로그램의 성패가 기업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달렸기 때문이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세제 혜택을 제공하면 기업들이 사이클의 저점에서 주주환원을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이익 변동성을 줄여줄 것”이라며 “대다수 대기업도 지배구조를 정리해 주주환원을 꺼릴 이유가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회성 주주환원 확대는 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밸류업 프로그램은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해 구성했다. 이른바 ‘롤모델’인 일본에서 일시적인 주주환원 강화보다 장기적으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분석이 이미 나왔다.
최근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일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우수 사례와 주가 부양책 공시에 대한 의견을 인터뷰한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가치 개선계획을 수립할 경우 일회성 주주환원 확대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강화는 대차대조표가 가치 창출에 효과적으로 기여하는지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상황에 맞게 시행돼야 한다”며 “일회성 또는 일시적 대응으로 자사주 매입 및 배당 확대만 시행해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이외에도 보고서는 기업가치 개선을 위해선 주주와 투자자 간 활발한 소통과 함께 경영자 및 이사회의 적극적인 대화 참여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단기 주주 이익을 추구하는 정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단체에서도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는 중장기적 제도 개혁에 달렸다고 강조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성공 조건을 위한 원칙으로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 보고서의 국문·영문 제출 △밸류업 주체는 경영진이 아닌 이사회로 명확한 정의 △금융위·거래소의 국내외 장기 투자자 소통 △최소 3~5년간 중장기적 추진 등을 꼽았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일시적인 정책 테마 증시로 다운그레이드되지 않으려면 매우 정교한 정책 수단을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