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명이 넘는 의사가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방침에 반발하며 서울 여의도 거리로 나섰다. 의료 임상과 의대 교수들은 총선을 위한 졸속 정책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2만명 이상의 의사단체 회원 등이 현장을 찾았다.
이날 궐기대회에서는 의료계 주요 인사들이 임상 현장과 의대에서 사직·휴학 의사를 표한 전공의, 의대생의 입장을 대변했다. 더불어 의대 정원 증원 등 정부의 정책 패키지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회장은 20년간 대학병원 응급실을 지켜온 의사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분노와 치욕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정부는 정부와의 대화가 얼마나 믿을 수 없는 부질없는 것인지 명백하게 알려줬다”며 “잘못된 정책과 제도 아래에서 이번 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후배들에게 사죄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2000명 규모의 증원 결정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며 의료 정상화를 위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의료계는 필수의료를 지원하고 법적 위험성을 낮춰달라고 요구해왔지만 정부는 엉뚱한 의대 증원 카드를 들고 나와 이것이 논의와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며 “정부의 본심은 문제해결을 통한 실질적 의료 개혁이 아닌 총선을 겨냥한 지지율 상승이 목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를 살리려면 낙수 효과가 아닌 직수 효과가 필요하다”며 “필수의료 분야의 처우를 개선하고 법적 위험을 줄여준다면 수개월 안에 수천명 이상의 전문의들이 본인 전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피력했다.
안덕선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도 의료정책 패키지는 한시적 추진 전략이라며 명령과 통제로는 사태를 진정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안 교수는 “정부가 내놓은 패키지는 전문직의 자율성이 바탕이 된 것이 아닌 각종 타율적 규제종합세트”라며 “국가 정책은 합리적인 논리와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명령과 통제로 압박하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고 했다.
이어 “그동안 대통령 및 총리 직속 위원회를 설치해 한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30년 동안 성과는 없었다”며 “선거철에 급조해 만든 필수의료정책 패키지는 의료 거버넌스가 갖춰야 할 의사결정 구조의 명료성, 이해당사자의 조기 참여 그리고 공정성과 투명성, 안정성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고 언급했다.
안 교수는 “필수의료의 붕괴를 막으려면 시간적 여유를 갖고 의료에 대한 합의된 이념부터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당한 정책 패키지를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같은 날 정부는 한덕수 총리 주재로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개최하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준비 TF’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의료개혁 과제에 대한 구체적 논의와 사회적 공론화를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