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30일 남은 가운데 양당이 모두 ‘심판론’을 꺼내 들고 격돌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운동권 심판론’을 내세웠고 더불어민주당은 ‘검찰독재 정권 심판론’으로 맞붙었다. 정치권에서는 선거 국면에서 여야가 모두 심판론을 사용하는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1일 “야당의 정권심판론은 매 선거 나오는 것이다. 다만 당내 전략이 다르다”며 “한 비대위원장이 검찰 출신에 운동권 관련 내용을 명백히 아는 만큼 문제의식을 느끼고 운동권 청산을 꺼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의 메시지 관리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 언론에 당의 방향을 잘 설명하고 실언을 한 부분에 대해서는 즉각 대응하는 등 기존의 국민의힘과 다른 모습”이라며 “국정안정론을 꺼내지 않은 부분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양당이 심판론을 두고 각자 유리하게 해석하는 국면이다. 하나의 주제를 두고 서로 다른 꿈을 꾸는 상태”라며 “한 비대위원장은 여당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정부를 보호해 부담을 줄여줘야 하는데 치고받고 싸우려는 모습은 정치 초보로 보인다”고 전했다.
與 운동권 심판 vs 野 검찰 독재 심판
국민의힘의 ‘운동권 심판론’은 비상대책위원회 설립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3일 민주당의 ‘비례연합’을 두고 “86 운동권 특권 세력이 민주당 주류 공천에 들어가 있다”며 “경기동부연합과 통합진보당 후신인 진보당 세력이 콜라보해 그 자리를 메꾸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지난해 12월 비대위 취임식에서는 “이 대표의 민주당이 운동권 특권세력과 개딸 전체주의 세력과 결탁해 자기가 살기 위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386이 686이 되는 동안 쓴 영수증을 또 내밀고 대대손손 국민 위에 군림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꾸준히 윤석열 정부에 대해 ‘검찰 독재 심판’을 예고했다. 이 대표는 전날 경기도 양평을 방문해 “국정농단의 대표적인 사례가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이라며 “국민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행사하는 집단은 국민의 대리인을 할 자격이 없다”고 소리 높였다.
또 지난 5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 모두에게 정해진 과제는 같다.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을 반대하고 심판하고자 하는 정치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단결하고 하나의 전선에 모여 윤 정권의 폭정을 끝내는 국민적 과제에 함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與 슬로건 미래와 민생 전환…野 통상적인 선거전략
전문가는 국민의힘 ‘심판론’을 두고 집권여당으로서 좋은 전략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의 심판론은 통상적인 선거 전략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심판론이 효과를 발휘하는 배경으로 송영길 돈 봉투 사건을 꼽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야당은 통상적인 정권심판론을 꺼내들었다”며 “집권여당의 심판론은 야권의 정권심판론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박 평론가는 “최근 사회에서 이념전이 효과적이지 않지만 통할만 한 표적이 만들어졌다”며 “이 배경에는 송영길 돈 봉투 사건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심판론을 주장하는 주체도 운동권 세대의 다음 주자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다. 기성 정치인과 다른 화법과 태도로 신선함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운동권의 도덕성 문제와 새로운 타입의 정치인이 나와 해당 메시지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집권여당의 슬로건은 민생과 미래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