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거 교체된다. 이는 신규 선임을 통해 변화를 꾀하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다만 연임으로 안정성 유지를 택하는 증권사들도 존재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이번 주 금요일(15일) 정기주총이 예정됐다. 이어 한화투자증권(20일), 대신·한양·현대차·삼성증권(21일)은 다음 주에 진행할 방침이다. 교보증권과 SK증권, NH투자증권 등은 3월 마지막 주로 결정됐다.
이번 증권사 주총의 핵심은 CEO들의 교체다. 올해도 증권업종이 해외 부동산 잠재부실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변화의 기로에서 선택이 필요해진 탓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영풍제지 사태나 차액결제거래(CFD) 주가조작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점도 고려 요인으로 해석된다. CEO 교체를 통해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 영향이다.
NH투자증권은 변화를 선택했다. 지난 2018년부터 대표로서 NH투자증권을 이끌어 온 정영채 사장은 재연임에 도전하지 않고 물러났다. 정 사장은 지난 4일 “이번 주총 때까지 역할을 하고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며 “이젠 우리 회사도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할 때인 것 같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정 사장의 용퇴에 차기 사장 후보로 윤병운 IB1사업부 대표(부사장)를 내정했다. 윤 대표는 이달 26일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후 차기 사장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SK증권도 지난 10년간 수장 자리를 유지하며 최장수 CEO로 불린 김신 대표가 물러났다. SK증권 임추위는 신규 대표로 정준호 리스크관리본부장(CRO)과 전우종 현 각자대표를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이에 따라 SK증권은 기존 김신·전우종 각자 대표 체제에서 전우종·정준호 체제로 바뀐다.
하이투자증권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지난 8일 하이투자증권은 임추위 결의를 통해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홍원식 사장의 후임으로 성무용 전 대구은행 부행장을 신임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경영 현안을 해결하고 그룹 시너지 창출에 기여해 회사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홍 사장이 물러나는 이유는 부동산 PF 리스크가 걸림돌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PF 영업 중 ‘꺾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CEO 연임을 통해 변화보다 안정성에 주력한 증권사들도 다수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대신증권이 꼽힌다. 대신증권 임추위는 지난달 29일 오익근 대표이사를 단독 대표 후보로 추천했다. 오 대표의 연임안은 이달 21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이같은 대신증권의 결정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진입 추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종투사 인가를 통한 신사업으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상황에서 수장 변경을 단행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오는 4월 종투사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곽봉석 DB금융투자 대표와 박봉권 교보증권 대표,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의 연임안도 이달 열리는 각사의 주총 안건으로 상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각사 사정에 따라 CEO 거취를 모색하는 시기”라며 “이슈에 대한 원활한 대응과 호실적을 선보인 경우 수장 연임을 결정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