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왕좌를 향한 여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시즌 내내 맹활약한 김연경이 다소 지친 기색이 역력한 흥국생명은 중차대한 기로에서 리그 선두 현대건설과 조우했다.
12일 리그 1위 현대건설과 2위 흥국생명이 수원에서 격돌한다. 현대건설이 승리하면 정규리그 1위 경쟁은 즉시 마무리된다. 그러나 흥국생명이 승리할 경우엔 끝까지 가봐야 하는 상황이 된다
1위 현대건설은 시즌 전적 25승9패, 승점 77로 2위 흥국생명(26승8패, 승점 73)에 우위를 점했다. 두 팀 상대전적에선 흥국생명이 3승2패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리그 우승을 다투는 두 팀이지만 최근 침체기를 겪고 있다. 먼저 현대건설은 정관장과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풀세트 접전 끝에 패하며 2연패를 당했다 지난 IBK기업은행 경기에서 셧아웃으로 승리하며 값진 승점 3점을 따냈다.
흥국생명과 승점 차를 4점으로 벌린 현대건설은 정규리그 1위를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다현은 “흥국생명과 5라운드 맞대결에서 셧아웃으로 졌다. 그때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 기억들을 되살려 못 막았던 선수들을 최대한 막으려 한다. 무조건 승점 3점을 따고 싶다”고 결연한 출사표를 올렸다.
현대건설이 풀세트 접전 끝에 승점 2점만 챙겨도 정규리그 1위 싸움은 끝난다. 2021-22시즌 이후 2년 만에 정규리그 왕좌에 도전하는 현대건설이다.
1위 탈환을 노렸던 흥국생명은 페퍼저축은행에 불의의 일격을 허용하면서 2위에 머물게 됐다. 페퍼저축은행 전 패배 이후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정말 끔찍한 경기였다. 세터들은 공격수들이 아예 때릴 수 없는 패스를 올렸고, 블로킹과 수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김연경도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실제로 지난 페퍼저축은행 경기에서 팀 내 최다 19점을 올렸지만 공격 성공률은 35.42%로 저조했고, 범실도 5개를 쏟아냈다.
시즌 내내 달려왔던 현대건설도 체력으로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와 양효진 등 공격을 책임져온 선수들이 확실히 지친 기색이다.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대결은 체력 대결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 팀 모두 체력적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이 경기 결과에 따라 정규리그 왕좌의 행방이 결정된다. 과연 정상에 올라갈 팀은 누가 될까.
12일 현대캐피탈-우리카드
우리카드에 필요 승점은 2점, 정규리그 1위 확정 지을까
현대건설에 이어 우리카드도 정규리그 정상에 올라설 확실한 기회를 얻었다. 우리카드는 12일 천안 원정길에 올라 현대캐피탈과 격돌한다.
우리카드는 23승11패(승점 69)로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지난 10일 대한항공이 OK금융그룹에 덜미를 잡히면서 22승13패(승점 68)로 주춤하는 사이 우리카드가 치고 나간 것이다.
현대캐피탈과 맞대결에서 우리카드가 승점 2점만 확보하면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을 수 있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이 우리카드를 잡는다면 정규리그 1위 싸움은 마지막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근 우리카드는 외국인 선수 아르템 수쉬코(등록명 아르템)를 영입한 이후 여러 조합을 선보이고 있다. 아시아쿼터로 선발해 미들블로커, 아포짓을 오간 잇세이 오타케(등록명 잇세이)를 아포짓으로 기용하는 동시에 송명근, 아르템으로 삼각편대를 구성했다. 잇세이와 송명근의 막강한 공격력과 아르템의 높이로 재미를 보기도 했다.
잠시 주춤하던 리베로 오재성도 코트에 돌아왔고, 3경기 연속 웜업존에서 출발했던 아웃사이드 히터 김지한도 직전 경기인 KB손해보험전에서 맹활약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잇세이, 송명근, 김지한, 아르템에 더해 한성정도 있다. 미들블로커에는 블로킹 1위, 속공 5위를 기록 중인 이상현과 베테랑 박진우를 기용 중이다.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은 아르템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우리카드는 2019-20시즌 코로나19로 인한 리그 조기 종료 덕분에 당시 5라운드 시점을 기준으로 정규리그 1위에 오른 바 있다. 이번에도 챔피언결정전으로 직행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4위 현대캐피탈 역시 간절한 마음은 우리카드와 다르지 않다. 3위 OK금융그룹이 ‘대어’ 대한항공을 제압하면서 준플레이오프 없는 봄배구를 향한 청신호를 켰다. 현대캐피탈로선 악재인데, 만약 우리카드에 0-3 혹은 1-3으로 패하는 순간에는 ‘천안의 봄’이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과 우리카드 상대전적에서는 우리카드가 4승1패로 앞선다. 현대캐피탈은 아르템을 처음으로 상대한다. 어떻게 우리카드를 흔들지, 또 우리카드는 어떻게 방어를 할지 시선이 집중된다.
13일 정관장-페퍼저축은행
4승 거둔 페퍼저축은행, 창단 후 첫 연승+첫 정관장전 승리 기회 잡을까
정관장과 페퍼저축은행이 전혀 다른 목적과 마음가짐을 갖고 대전에서 맞붙는다. 경기 결과는 물론 코트에 오르는 과정에서 어떤 선택이 펼쳐질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13일 페퍼저축은행이 두 가지 새 역사를 쓸 수 있는 원정길에 오른다. 홈팀 정관장은 남은 정규리그 두 경기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준플레이오프를 건너뛰고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했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2위 자리를 노릴 수 있는 위치도 아니어서다.
따라서 이번 경기에서는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 지오바나 밀라나(등록명 지아) 쌍포는 물론 염혜선‧정호영‧박은진 등 주축 선수들이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메가 자리에는 이예솔이 나설 수 있고, 지아 자리엔 곽선옥과 이선우가 출격 대기 중이다. 염혜선을 대신해 안예림과 김채나가 출전할 수 있고, 미들블로커 자리에는 한송이와 이지수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본다. 어떤 선수들이 코트에 올라 자신의 역량을 한껏 발휘할 수 있을지도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다만 아웃사이드 히터 한 자리는 백업 선수들에게 편하게 기회를 주는 자리로 사용하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 GS칼텍스 전에서 발목 부상을 다한 이소영이 정밀 검진 결과 인대 파열 진단을 받은 상황에서, 봄배구에서 날개 조합과 로테이션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소영을 대체할 자원으로는 박혜민이 유력히 점쳐진다.
원정팀 페퍼저축은행은 직전 경기에서 흥국생명을 잡는 개가를 올렸다. 1세트를 내주고 내리 세 세트를 따내며 역전승을 거둔 모습은 압권이었다.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는 38점을 퍼부으며 공격을 견인했고, 박정아도 16점을 보탰다. 1세트에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이고은에게 자리를 내주기도 했던 박사랑은 2세트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정관장이 총력전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현 상황은 페퍼저축은행으로서는 절호의 기회다. 창단 이후 아직 연승을 거둔 적도, 정관장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적도 없는 페퍼저축은행이 두 가지 역사를 한 번에 쓸 수도 있는 경기다. 경기장 안팎에서 여러 잡음으로 어수선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페퍼저축은행이지만, 새로운 역사를 쓰는 승리를 하나 추가한다면 선수들과 팬들에게 분명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물론 상대가 힘을 아끼고 있다 해서 그것이 무조건 승리로 연결될 리는 없다. 페퍼저축은행이 좋은 배구를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직전 경기는 공격적인 부분에서 긍정적인 요소가 많았지만, 하혜진이 전위일 때 중앙에서 득점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과 공격적인 서브 공략이 득점으로 이어지는 장면이 부족했다는 아쉬움도 남겼다. 페퍼저축은행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개선해낸다면 새로운 역사를 쓸 가능성은 충분하다.
13일 한국전력-삼성화재
포기하지 않은 삼성화재, ‘대전의 봄’ 기다린다
5위 삼성화재도 봄배구 희망을 안고 코트 위에 오른다. 정관장과 나란히 봄을 맞이하고 싶은 ‘대전 남매’다. 삼성화재는 오는 13일 수원체육관에서 도드람 2023-2024 V-리그 6라운드 한국전력 원정 경기를 치른다.
한국전력은 현재 16승18패(승점 47)로 6위에 랭크돼있다. 지난 10일 OK금융그룹이 대한항공을 상대로 승점 2점을 챙기면서 한국전력의 봄배구 탈락은 확정됐다.
5위 삼성화재는 18승16패(승점 48)를 기록 중이다. 정규리그 남은 경기는 한국전력, 우리카드전이다. 지난 시즌 최하위를 기록한 삼성화재가 6년 만의 봄배구 도전에 나서는 만큼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다.
시즌 도중 발목을 다쳤던 미들블로커 김준우는 돌아왔다. 하지만 최근 베테랑 세터 노재욱이 컨디션 난조로 2경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신인 세터 이재현이 선발로 나서며 코트 위 활기를 불어넣었지만 팀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에디를 아포짓으로 기용하면서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등록명 요스바니), 김정호를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 넣는 등 여러 조합을 활용하기도 했다. 직전 경기에서는 3세트 동안 31개 범실을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삼성화재 김상우 감독은 “봄배구에 못 가는 한이 있더라도 자존심은 회복하고 끝내고 싶다”며 쉽게 물러설 생각이 없음을 강조했다.
다만 올 시즌 삼성화재는 한국전력만 만나면 고전했다. 한국전력은 올 시즌 삼성화재와 5경기에서 4승1패를 기록했다. 정규리그 마지막 맞대결에서는 누가 웃게 될지 관심이 모인다.
14일 KB손해보험-대한항공
대한항공, V-리그 최초 4회 연속 통합 우승 ‘위대한 도전’
대한항공은 2024년 새로운 역사에 도전한다. V-리그 최초로 4회 연속 정규리그 1위,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해 ‘통합 4연패’를 노리는 대한항공이다. 원대한 포부를 갖고 펼치는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 상대는 최하위 KB손해보험이다.
우선 대한항공은 12일 현대캐피탈-우리카드 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카드가 이날 승점을 2점 이상 확보하면, 대한항공 결과와 관계없이 우리카드가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게 된다.
일단 우리카드가 현대캐피탈에 패해야 대한항공도 우승 도전을 이어갈 수 있다. 대한항공의 정규리그 최종전인 KB손해보험 전, 우리카드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인 16일 삼성화재와 경기 결과에 따라 정규리그 1위 주인공이 가려지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 부상 공백을 딛고 상승세를 보인 대한항공은 6라운드 들어 주춤했다. 지난 6일 우리카드에 0-3으로 패하면서 연승 행진을 멈췄고, 10일 OK금융그룹에 2-3 패배를 당하면서 뼈아픈 2연패를 기록했다.
OK금융그룹 전에서 임동혁은 경미한 부상으로 인해 결장했다. 무라드 칸(등록명 무라드), 아웃사이드 히터 마크 에스페호(등록명 에스페호)가 번갈아 투입됐지만 화력 싸움에서 밀렸다.
정규리그 막바지 다시 난관에 봉착한 대한항공이다.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새 역사를 바라보며 도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