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7조8000억원의 사업비가 걸린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두고 격화하는 가운데 한화오션이 경찰청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지난 2012년부터 2015년 사이 방위사업청, 해군본부 등을 방문해 함정사업 관련 군사기밀 12건을 불법 취득·공유했다. 여기에는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이 제작한 2000페이지 분량 KDDX 개념설계도(3급 군사기밀)이 포함됐고 HD현대중공업은 이 개념설계도를 KDDX 입찰참가를 위한 사업제안서 작성 등에 활용했다.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지난 2023년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실형이 확정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의 군사기밀 탈취·유포 과정에서 임원 개입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경찰에 고발해 해당 사안이 중대범죄수사과로 이첩됐다. 한화오션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수사했던 울산지검에 당시 HD현대중공업 임원들을 조사했던 기록 공개를 촉구하는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당시 군무감찰단이 개입된 사람들의 이름을 지우고 자료를 넘겼다는 이유에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방위산업은 그 자체로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위가 연결된 것”이라며 “임원이 개입된 객관적 판단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만으로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직원들만 책임을 지는 것으로 마무리되면 향후 업체들의 기술 개발과 투자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수사를 해서 임원이 개입됐다는 증거가 나오고 정확한 판단이 서야 앞으로 이런 선례가 남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수사를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청렴서약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청렴서약서는 방위사업법상 기업 대표와 임원이 청렴 서약을 위반하지 않는 내용을 다루는데, 관리자를 넘어 직원들까지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며 “국가사업과 관련된 분야인 만큼 책임 범위를 넓혀 꼬리 자르기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는 방사청이 지난달 진행한 계약심의위원회에서 ‘대표·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 즉 형사처벌로 확인되지 않는다며 행정지도를 의결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직접적으로 임원이 지시했다는 표현이 판결문에 없어 임원의 군사기밀 탈취·유포 정황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게 방사청의 판단이다.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이 최근 HD현대중공업을 고발하며 내세운 근거는 이해하기 어려운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며 “임원 개입 여부 등 한화오션이 문제 제기한 사안은 이미 사법부의 판결과 방사청의 두 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종결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설명회를 통해 한화오션이 발표한 내용은 정보공개법 위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수사 기록과 판결문을 일방적으로 짜깁기하여 사실관계를 크게 왜곡하고 있어 유감”이라며 “HD현대중공업은 앞으로도 그동안 축적한 함정 건조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출 확대에 기여하고 K-방산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