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직인데’…미 연준 완화 신호 속 고민 커지는 한은

‘우리는 아직인데’…미 연준 완화 신호 속 고민 커지는 한은

제롬 파월 의장 ‘긴축시기’ 공식 발언…하반기 0.75%p 낮아질 듯
한국 소비자물가지수 여전히 3%대…가계부채 1100조에 ‘시름’

기사승인 2024-03-26 06:00:19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제공.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기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비롯해 가계부채, 부동산PF 등 금리 인하를 어렵게 하는 요인들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미 연준이 연내 금리 인하 시그널을 강하게 보내면서 이창용 한은 총재의 고심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두고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3월 한은이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이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나온 이창용 한은 총재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이 총재는 지난달 22일 9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물가가 굉장히 울퉁불퉁한 길을 내려오고 있다”며 “금융통화위원은 대부분 금리 인하 논의를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한 이유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안정권인 3% 이하로 내려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 1월(2.8%)에 6개월 만에 2%대로 떨어졌으나, 2월(3.1%) 다시 3%대로 올라섰다. 

여기에 국제유가도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며 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은행권 가계부채 역시 사상 처음으로 1100조원을 넘어섰다. 2금융권을 중심으로 리스크가 커지는 부동산PF 시장도 기준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문제는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굉장히 유화적인 태도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지난 20일(현지시각) 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5.25~5.5%로 결정했다. 이번 동결까지 포함하면 5회 연속 동결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2.0%p로 유지됐다.

기준금리 동결과 함께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를 보면 올해 연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는 정책금리 수준은 4.6%(19명의 중간값)로 지난해 12월 전망과 같았다. 이는 올해 기준금리가 0.25%p씩 총 3번 하락되면서 0.75%p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이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다소 험난하고 울퉁불통한 길을 걷겠지만 2% 목표 수준으로 완화될 것이란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며 “현재 금리가 고점을 찍은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미국 경제가 예상한 것처럼 전개되면 올해 특정 시점에 긴축정책을 되돌리는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이번 발언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현재는 물가 상승률 억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예상에 맞게 억제될 것이라는 강력한 확신을 담았다. 또한 금리 인상 이후 단 한 차례도 확언하지 않았던 금리 인하에 대한 언급을 공식적으로 못 박았다. 

이처럼 미 연준이 연내 금리인하 전망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은의 경우 아직까지 소비자물가지수, 경제성장률, 가계부채 등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한은의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 결국 한국의 금리 인하 시기는 연준의 ‘행동’을 확인한 뒤 한 발 늦게 진행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연준이 6월 인하를 단행하면, 이를 확인한 한은도 7월부터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며 “7·8월 연속 인하한 뒤 10·11월 중 한 차례 더 내려 연말까지 모두 세 번, 0.75%p 기준금리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시장이 예상하는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이 3월, 5월을 거쳐 또 6월로 늦춰지는 분위기”라며 “한은은 미국이 인하 기조로 돌아서 꽤 금리를 낮춘 뒤에야 모든 것을 확인하고 4분기쯤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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