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위험 부담’ 떠안는 세입자…“임대인 보증보험 의무 가입해야”

‘전세 위험 부담’ 떠안는 세입자…“임대인 보증보험 의무 가입해야”

경실련, 전세제도 관련 실태분석 발표

기사승인 2024-03-27 17:16:37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조유정 기자

전세 사기 위험 부담을 임대인이 아닌 세입자가 온전히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보증금을 지키기 위한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이 급증하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재정건전성도 악화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전세제도 구조는 전세 보증금 미반환 책임을 임차인에게 전가하고 있다”라며 “임대인 반환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전세 사기 불안을 임대인이 아닌 임차인이 책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택수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 부장은 “전세 계약을 통해 이익을 받는 사람은 임대인이며 전세보증금 미반환에 대한 위험 부담도 온전히 임대인에게 발생한다”면서 “보증금을 돌려받는 주체가 임차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임차인이 보증보험에 가입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불합리하다”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인천, 화성 동탄, 수원 등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 이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률은 1000배 폭증했다. 경실련은 2013년 HUG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실적이 451건, 756억원 규모였으나 지난해 1~9월 31만4456건, 71조원 규모로 1000배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세 시장의 불안성이 전세보증금 반환보험 가입 폭증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악성 임대인들도 전세보증금 반환 제도를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 부장은 “신축 주택 같은 경우 객관적인 시세 파악이 안 되는 점을 악용해 감정평가사에게 수수료를 주고 주택 가격 부풀리기를 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 “임차인들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안심하고 계약하는 심리를 악용해 보증보험 가입된 집이라며 계약을 유도하고 있다”라며 “임차인들은 보험을 통해 보증금을 반환 받더라도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는 피해가 누적되고 모든 국민이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실제 급격한 보증보험 가입률 상승과 악성 임대인 증가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재정건전성도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2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대위변제(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먼저 돌려준 뒤 임대인에게 회수하는 것)에 따른 HUG의 채권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4조250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말 6638억원이던 채권잔액이 2022년 말 1조3700억원으로 늘더니 불과 2년 만에 6.4배 증가한 것이다. 채권 추심, 경매로도 회수하지 못하는 돈은 고스란히 공기업인 HUG의 손실로 이어진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 중 정택수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 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유정 기자

전세 사기 피해는 우리 사회에 지속되고 있으나 뚜렷한 예방책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1월~11월까지 지방자치단체에 접수된 전세 사기 피해 규모는 1만3433건에 달했다. 전세 사기 피해가 극심했던 인천에서는 피해자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지난해 전세 사기 피해가 이어졌음에도 피해자에 대한 보상 논의만 있고 수백만 전세가구를 보호할 수 있는 예방책은 논의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전세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임대인 반환보증보험 가입 의무화를 촉구했다. 조정흔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은 “임대차 계약 시 임대인의 반환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라며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건 임대인인데 임차인이 돈을 들여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게 현실”이라 지적했다. 이어 “보증금 반환 보험 가입이 된다고 해서 전세 계약을 맺었는데 막상 임차인이 보증 보험을 가입신청 할 때 거절당하는 경우도 많다”라며 “계약 전 최소 보증금 미반환 위험 등을 위험도를 확인할 수 있고 누가 계약해도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월세 신고제를 통해 전월세 시장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 위원장은 “전월세 제도가 전세 사기 같은 피해 사례를 만들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실태부터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월세 대체 수단으로 전가된 관리비 등 모두 신고하게 해서 투명하게 전월세 시장을 관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현재 주택 임대인은 등록이나 신고 의무 없이 임대를 하고 있는데 임대인 등록을 의무적으로 하게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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