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정용진의 신세계...책임경영 과제

시험대 오른 정용진의 신세계...책임경영 과제

오프라인 3사 활용한 본업 회복…매출·수익 반등 중점
주력사업 경쟁력 강화·신상장동력 발굴 등 난제 산적
“희망퇴직 등 긴축경영 돌입, 신세계 차원 대안책 마련해야”

기사승인 2024-03-29 06:00:12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

이마트가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본업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두고 수익 반등을 꾀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오프라인 3사의 매입 역량을 활용해 업의 본질을 회복해 중국발 C커머스 침공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 대내외 경영 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시험대에 오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경영 능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마트 경영진은 28일 서울 중구 태평빌딩에서 열린 ‘이마트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쇄신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오프라인 3사의 매입·물류·마케팅 등 기능 통합을 추진해 업의 본질을 회복하고, 의무휴업 규제 폐지 확대에 따른 기회를 적극 활용해 매출과 수익 반등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에선 정용진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제외됐다. 정 회장은 10년 넘게 비등기 임원으로 책임 경영에서 벗어나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데 비해 보수는 많이 받아 이마트의 경영 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신세계그룹 한 주주는 쿠키뉴스에 “해외는 미등기 임원이라도 최대 주주이면 이사회에 등재된 임원하고 상이한 책임을 묻는데 우리나라는 제외돼 있다”며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주총 현장에서는 정 회장의 과도한 보수 책정에 대한 주주들의 질타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한 주주는 “지난해 악화된 실적과 이로 인한 첫 전사적 희망퇴직 추진에도 불구하고 정 회장의 보수 책정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정 회장이 등기이사로 정식 등록해 책임 경영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다른 주주도 “보수한도를 낮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마트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해 이마트에서 급여 19억8200만원과 상여 17억1700만원 등 모두 36억9900만원을 받았다. 이는 2022년 36억1500만원보다 8400만원(2.3%) 증가한 수치다.

이에 대해 강승협 신세계프라퍼티 지원본부장은 “지난해 실적에 대해선 경영진의 전면적인 교체 등을 통해 높은 수준으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지난해 이사의 급여 및 성과급은 계량지표와 중점 추진 사항, 핵심 과제 평가 등에 따라 이뤄졌고, 전년 대비 낮게 집행됐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을 향한 이마트 노조의 비판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창사 이래 최초로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공고를 냈다. 대상은 근속 15년·과장급 이상 전체 직원이다. 

한국노총 이마트 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이 엄혹한 시절에 본인은 회장님 되시고 직원들은 구조조정하는 현실을 우리는 어찌 받아들여야 할까”라며 “신세계를 국내 11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이마트 사원들이 이제 패잔병 취급을 받고 있다”고 질타했다. 노조는 이어 “산업이 전환되는 시점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시장은 선도하지 못한 채 여기저기 쫓아다니다 ‘닭 쫓던 개’와 유사한 상황이 돼버렸다”며 “지난해 이자 비용만 4000억원 가까이 지급하는 이마트의 현실이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희망퇴직 뿐만이 아니다. 평소 활발하게 SNS를 해왔던 정 회장의 인스타그램 게시물도 이날 삭제되며 비공개로 전환됐다. 지난 8일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지 20일 만이다. 정 회장은 회장으로 승진한 이래 한동안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리지 않으며 SNS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행보에 대해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그룹 경영에 본격적으로 몰두하기 위한 의지를 표명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유통 강자였던 이마트가 첫 적자로 돌아서고 설립 이후 첫 희망퇴직에 들어간 데다 이커머스 시장 급성장에 따른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어 재도약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신상필벌’ 인사 제도와 희망퇴직을 시작으로 정 회장을 ‘원톱’으로 한 경영이 본격화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만큼 정 회장을 필두로 한 조직 개편과 사업 구상들이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 지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오너로서의 기대감도 있겠지만 역으로 회장 자리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며 “앞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정용진 리스크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이 취임 이후 보여준 첫 작품이 희망퇴직이다. 긴축경영 모드에 나서며 사측이 허리띠 졸라매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다”며 “유통환경이 변화되고 온라인 시장 강세와 중국업체가 가세하는 가운데 신세계가 할 수 있는 대안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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