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형(54) 현대건설 감독이 미들 블로커 이다현(23)과 양효진(35)에게 연속으로 ‘등짝’ 맞은 사연을 전했다.
현대건설은 1일 오후 7시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챔프전) 3차전 흥국생명과 원정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2(22-25, 25-17, 23-25, 25-23, 15-7)로 승리했다.
1⋅2차전 승리로 2승을 챙겼던 현대건설은 이날 승리로 13년 만의 통합 우승이자 8년 만의 챔프전 우승을 이뤘다. 현대건설은 2019-20, 2021-22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음에도 코로나 때문에 챔프전이 열리지 않으면서 우승의 영광을 맛보지 못했다. 이번 우승으로 그동안의 설움을 한 번에 날렸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강성형 감독은 “그동안 운이 따르지 않았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세 번 만에 해냈다.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면서 “시즌 초 모두 현대건설이 어려울 거라 평가했다. 하지만 1라운드를 넘어가면서 끈끈해졌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강 감독은 선수들과 소통에 대한 질문에 “지금은 선수들한테 화를 내고 싶다. 그런데 이미지 때문에 화를 못 내겠다”면서 농담을 던진 후 “지금 3년 차다. 더 배워야 한다. 내게 딸이 있다. 딸이 여자 선수들과 소통하는 부분에 대해 많이 도와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들이 전 같지 않다. 원래 ‘아재 개그’에 잘 웃어줬는데, 이제는 정색한다”고 미소 지었다.
위기를 극복하고 차지한 우승에 더 기뻤을까. 선수들에게 ‘등짝’을 맞았다고 하소연한 강 감독은 “손바닥에 너무 많이 맞아서 멍이 들었다. 아무래도 감정이 실린 것 같다. 못 뛴 선수들이 그 힘으로 나를 때렸다”면서 “이다현이 특히 아프다. 힘이 너무 쌔다. 적당히 하라고 말했는데도 때리더라. 마지막은 한 방은 양효진이 쳤다. 진짜 어깨 큰일났다”고 웃으며 말했다.
강 감독은 아시아쿼터로 햡류한 위파위에 대해 “아웃사이드 히터는 시즌을 치르면서 가장 중요한 자리다. 시즌 초 정지윤과 고예림이 모두 부상 때문에 힘들어했다”면서 “사실 위파위도 합류 후 호흡을 못 맞춰서 1라운드에 헤맸다. 그런데 원래 잘하는 선수라, 선수단에 잘 녹아들었다. 위파위 영입은 신의 한수다”라고 강조했다.
챔프전 MVP를 차지한 모마에게도 고마움을 표현했다. 강 감독은 “모마를 V리그에서 2년 동안 봤다. GS칼텍스에서 뛸 때 득점력이나 공격성공률이 인상적이었다”면서 “현대건설은 미들 블로커 높이가 뛰어난 팀이다. 그래서 모마의 키가 작더라도 전체적으로 호흡이 잘 맞을 거라 판단했다. 모마가 제 역할을 다하면서 자리를 잘 지켜줬다”고 칭찬했다.
끝으로 강 감독은 “지도자 하면서 우승 못 할 확률이 더 높다. 선수 때 한두 번 했고 이후 현대캐피탈에서 김호철 감독 모시면서 두 번 우승했다”면서 “정말 우승이 어렵다. 선수들을 잘 만나서 감독으로서 귀한 영광을 얻었다. 너무 고맙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인천=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