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원조” vs “현재가 중요”…삼성-LG AI가전 전쟁

“우리가 원조” vs “현재가 중요”…삼성-LG AI가전 전쟁

기사승인 2024-04-04 06:00:32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이 비스포크 AI 미디어데이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인공지능(AI) 가전 왕좌를 두고 경쟁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AI 가전=삼성’이라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자, LG전자도 “AI 가전 최초는 우리”라고 맞불을 놨다.

삼성전자는 3일 서울 서초 사옥에서 미디어데이를 열고 2024년형 비스포크 AI 신제품 라인업을 공개했다. 냉장고와 식기세척기, 인덕션, 세탁기, 건조기, 에어컨, 로봇청소기, 공기청정기 등 15종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AI 기능을 대폭 강화한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면서 업계에서 AI 기술의 확산을 리드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소비자들이 가정 내에서 자주 사용하는 다양한 스마트홈 기기들을 통해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 비전을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면 AI 홈과 음성인식 빅스비를 통해 편리해진 ‘스마트홈’도 강조됐다. 삼성전자는 최근 일체형 세탁건조기에도 7형 터치스크린을 장착했다. 세탁실에서도 AI 홈을 통해 쉽게 집안 기기를 제어하고 모바일·TV처럼 외부와 소통하고 인터넷, 동영상 등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냉장고와 TV 등의 스크린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가전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스마트포워드’ 서비스도 신규 도입됐다. 세탁기의 오토 오픈 도어 기능, 스틱청소기의 전화 알림 표시와 같이 새로운 기능의 업데이트를 지원하고, 신규 업데이트가 있을 때에는 제품의 스크린이나 모바일 앱의 푸시 알림을 통해 간편하게 업데이트를 알려준다. 스마트싱스에서는 지금까지 진행된 업데이트 내역을 확인할 수도 있다.

정점은 빅스비 음성 지원이다. 연내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AI를 도입해 사람과 대화하듯 자연스러운 음성 제어를 가능하게 한다. 기존에 학습되지 않은 지시나 복잡한 명령어 등도 알아들을 수 있다. “안방이 습해”라고 하면 제습기과 에어컨을 알아서 가동하고, “어제 감자를 샀는데 뭘 해먹으면 좋을까”라는 대화로 레시피 검색이 가능해진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의 화면을 통해서 본 맵뷰. 가정 내 AI 연결 기기들을 보여준다. 사진=이소연 기자  

비스포크 AI 제품 소개에서도 ‘칼’을 갈았다. 삼성전자는 이날 미디어데이 발표 외에도 기자단을 대상으로 약 40분의 도슨트 투어를 진행했다. 비스포크 AI 가전제품의 사용법과 다양한 기능을 소개했다. 음성으로 제어되는 세탁건조기와 음식을 인식해 유통기한 등을 알려주는 냉장고, AI 사물 학습으로 더욱 섬세해진 로봇청소기 등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삼성전자는 지난달에도 비스포크 AI 콤보와 AI TV 신제품 등을 출시하며 연이어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미디어데이 또한 한국뿐만 아니라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진행, 신제품을 선보인다. 삼성전자는 “삼성은 AI 비전을 세계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질의응답에서도 자신감이 드러났다. 한 부회장은 LG전자가 ‘AI 제품의 원조는 우리’라고 이야기한 것에 대해 “시작은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빨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가 혜택을 누리게 하고 가치를 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매출 목표에 대해서는 “AI가 가져다줄 새로운 가전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고 있다”며 “지난 한 해 개발팀이 열심히 준비했다. 연말에 좋은 성과로 보답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모델들이 워시콤보(미니워시 포함)를 체험하는 모습. LG전자 

LG전자는 같은 날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AI 가전의 원조임을 재차 강조했다. 지난 2022년 선보인 ‘UP 가전’이 AI 가전의 원조라는 것이다. UP 가전은 고객이 원할 때마다 신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기능이다. 삼성전자가 이날 발표한 스마트 포워드 서비스와 비슷한 맥락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본격적인 인공지능 가전의 시초는 LG전자가 만들어낸 UP 가전”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LG전자는 AI 가전 관련 ‘공감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을 하나의 브랜드로 밀고 있다. 공감지능은 AI를 새롭게 재정의한 단어다. 사용자를 더 배려하고 공감해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다. 공감지능의 특징으로는 △사용자의 안전·보안·건강을 케어할 수 있는 실시간 생활 지능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율·지휘지능 △보안 문제를 해결하고 초개인화 서비스를 위한 책임지능이 제시됐다.

현재 LG전자에서 공감지능이 적용된 제품군은 △에어컨 △세탁기 △건조기 △스타일러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냉장고 △전기레인지 △오븐 △식기세척기 △정수기 △TV △사운드바 등 10여종이다.

공감지능이 적용된 2024년형 휘센 오브제컬렉션 타워 에어컨은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 바람의 방향과 세기, 온도를 알아서 조절한다. LG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에도 AI가 고객이 투입한 세탁물의 무게와 습도, 재질을 분석해 옷감을 보호한다.

LG전자의 가전 전용 온디바이스 AI칩 ‘DQ-C’. LG전자

향후 AI 가전 개발을 위한 노력도 언급됐다. LG전자는 본격적인 공감지능 AI 가전을 위해 가전 전용 온디바이스 AI칩을 자체 개발, 주요 제품 적용에 확대 중이다. 지난해 7월 온디바이스 AI칩 ‘DQ-C’와 가전OS(운영체제)를 선보였다. LG전자는 가전 전용 AI칩인 DQ-C를 자체 개발해 적용 제품군을 현재 세탁기, 건조기, 에어컨 등 5가지에서 연말까지 8가지 제품군 46개 모델(국내 기준)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기능과 성능을 향상시킨 차세대 가전 전용 AI칩을 개발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AI칩 라인업을 다변화하고 공감지능의 AI 가전 제품에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A/S 등 다양한 서비스도 공감지능에 기반, 차별화를 꾀한다. LG전자는 고객 상담 시스템에 AI를 도입했다. AI가 제품의 고장을 예측해 알려주는 기능도 추가했다.

LG전자는 “앞으로 공감지능을 생성형 AI 기반의 스마트홈 서비스로 발전시키는 한편 홈을 넘어 모빌리티, 온라인 공간 등으로 확대해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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