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과반 의석 확보를 예측했다. 총선을 앞두고 다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압승 또는 범진보의 200석 확보 등을 주장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 주장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180석을 정확히 예측해 ‘엄문어’로 불리게 된 엄 소장의 관측인 만큼 이번 해석도 주목해볼 만하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시대정신연구소 사무실에서 쿠키뉴스와 만난 엄 소장은 “현재 여론조사가 진보 과대 표집된 측면이 있다”며 “총선 총의가 모아지는 과정에서 재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엄 소장은 “최근 여론조사가 역대급으로 틀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격전지로 분류되는 낙동강벨트, 한강벨트, 충청권의 이념 성향은 보수적이지만 총선 정당 지지율은 이와 다르게 나온다”며 “‘개딸’로 대표되는 진보 진영 내 강성 지지자들의 적극적인 여론조사 참여에 따라 진보가 과대 표집 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권자 총의’라는 게 존재한다. 막판에는 어느 정도 균형이 맞춰질 것”이라며 “국민의힘 과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부연했다. 또 ‘21대 총선 때보다 현장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는 국민의힘 후보들의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면서 민주당의 압도적 우위 분위기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조국혁신당의 돌풍의 배경에 대해서는 ‘이재명 반사 효과’라고 평가했다. 비명계를 전격적으로 배척하는 당내 공천에 실망한 이들이 조국 대표에게 마음을 주기 시작했고, 향후 도래할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조국 대표를 더욱 부각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엄 소장은 “조국 대표는 시달릴 만큼 시달렸고 대법원판결만 앞두고 있다.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반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얼마 전까지는 이재명 대체자가 없다고 했지만, 지금은 조국 대표가 강력한 대체자로 여겨지고 있다”고 했다.
조국혁신당의 민주당보다 더 선명한 윤석열 정권 심판 구호도 큰 인기의 요인으로 봤다. 현재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하는 허리 세대 40·50대가 조국 대표에게 특히 열광하는 것은 조국 대표의 ‘정권심판론’이 먹혀들었단 것이다. 엄 소장은 조국혁신당이 오는 4·10 총선에서 10석 내외를 얻을 것으로 관측했다.
총선 결과를 기점으로 정치권에 최대 지각변동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범민주진영 내에서는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총선 결과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일단 조국 대표가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인물로 부각될 것이라는 점은 같았다.
엄 소장은 “민주당이 150석 이상을 안정적으로 확보를 하면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쌍두 체제가 연출될 것이다. 만약 과반 확보를 못 하면 조국 대표에게 주도권이 넘어갈 것”이라며 “결국 총선 결과 따라 두 사람의 운명이 갈리게 된다. 조국은 조금 여유가 있고, 이재명은 급박하다”고 예측했다.
여권도 총선 결과에 따라 변화가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엄 소장은 “여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 가파르게 탄핵 정국이 된다”며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고, 국민의힘은 사실상 해체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아슬아슬하게 과반을 넘긴다든지 1당 지위를 확보하면 당분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투톱 체제가 될 것”이라며 “다만 내부 권력 다툼은 심화된다”고 했다.
민주당 인사들의 도덕성 문제가 지역구 선거에서 막판 변수가 될 거란 주장도 냈다. 엄 소장은 “당장 경기 화성을 보면 공영운 민주당 후보의 ‘아빠찬스’ 논란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지지율이 많이 올랐다”며 “국민의힘 후보가 전격 사퇴해 양강 구도가 되면 어떤 결과가 날지 모른다”고 했다. 아울러 “안산갑에서는 양문석 편법대출 논란에 따라 전해철 의원을 지지한 호남 세력이 국힘 장성민 후보 쪽에 마음을 기우는 모습도 관측된다”고 부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