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10 총선 사전투표를 위해 대전을 찾았다. 대전 카이스트(KAIST) 재학생과 함께 사전 투표장에 등장한 이 대표의 행보에는 ‘정권 심판·중원 공략·사전투표 독려’라는 정략적 판단이 있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오전 대전 중구 은행선화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쳤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대전을 찾은 이유에 대해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문제는 국민들 관심사이기도 하다”며 “카이스트 학생들과 함께 과학 기술의 중요성을 알리고 정부 정책의 무지함을 지적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표는 대전 카이스트(KAIST) 재학생과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이는 연구·개발(R&D) 삭감을 부각해 정권심판론을 확산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로 풀이된다. 또 지난 2월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R&D 예산 복구’를 외치던 졸업생이 경호처 직원들에게 쫓겨난 이른바 ‘입틀막’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효과도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정부를 향해 “연구개발 영역에 낭비가 많다는 이유로 예산을 삭감하는 건 정말 무지하다”고 비판했다.
사전 투표 후 이 대표는 대전 중구 으능정이 문화거리를 찾아 박용갑 대전 중구 후보 지지 유세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유세 현장에서 대전·충청을 대한민국 정치의 ‘균형추’라고 표현했다. 그는 “중립적으로, 객관적으로 평가를 해달라. 민생이 개선됐나, 경제가 발전했나, 민주주의가 더 나아졌나”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13일 선거대책위원회 출범 이후 첫 지역 일정으로 대전·충청을 선택해 으능정이 문화거리를 찾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대전·충청에 공들이는 이유는 대전·충청이 캐스팅 보트 지역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역대 전국 단위 선거에서 충청의 표심이 여야의 승패를 가르기도 했다. 이번 총선에서 경합 지역이 50~60곳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도 표심 몰이를 위한 막판 지원 사격에 나선 것이다.
사전 투표 첫날이었던 만큼 이 대표는 투표 독려에도 열을 올렸다. 이 대표는 “투표를 포기하면 포기하는 것만큼 소수 기득권자의 몫이 된다”며 “본투표를 못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전투표를 많이 해주길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사전투표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정치권에서 ‘사전투표율이 높을수록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다. 권혁기 민주당 상황부실장은 지난 4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사전투표의 중요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사전투표는 본선거 투표가 불투명한 경제활동 인구가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선거는 윤 정권의 경제 실정, 무능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사전투표율이 높을수록 유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총투표율을 견인하기 위함도 있다. 과거 선거 결과를 미루어보면 총투표율이 높을수록 민주당이 좋은 성적을 받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한병도 민주당 전략본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총투표율이) 65% 이상이면 민주당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전투표가 총투표율을 견인하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도 있는 만큼 총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독려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같 날 ‘젊음의 상징’인 신촌 인근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이화여대생 미군장교 성상납 발언 논란, 편법 영끌 대출, 아빠 찬스 등을 언급하며 야당 견제와 동시에 지지층 결집을 도모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