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치료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해. 확률이 50%가 넘어.”
최근 방영 중인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속 여주인공 홍해인(배우 김지원)의 대사 중 일부다. 극 중 홍해인은 희귀 뇌종양 ‘클라우드 세포종’을 진단 받은 이후 마땅한 치료 방법을 찾지 못하자 해외에서 진행되는 임상시험을 수소문한다. 이어 뇌종양 환자의 절반에서 치료 효과를 보였다는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치료제를 알게 되고, 독일까지 찾아가 임상시험에 참여하게 된다.
CAR-T 치료제는 암 환자의 면역세포인 T세포를 채취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전적으로 변형시킨 뒤 다시 환자에 주입하는 방법이다. 한 임상시험 결과, 백혈병 환자 중 81%가 1회 치료만으로 완치 효과를 보여 ‘꿈의 항암제’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혈액암이 아닌 고형암에서는 뚜렷한 효능을 보이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에선 한국노바티스의 백혈병 치료제인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 한국얀센의 다발성골수종 치료제 ‘카빅티’(실타캅타젠오토류셀) 두 제품만이 CAR-T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는데, 모두 혈액암을 대상으로 한다.
뇌종양에 대한 효과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아직은 미지수’라고 봤다. 안스데반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허가를 받은 CAR-T 치료제는 아직 없다”며 “미국에서 초기 임상 중인 연구가 있지만 통계조차 제대로 도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로선 CAR-T 치료제가 뇌종양의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높인 ‘게임 체인저’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부연했다.
안데스반 교수에 따르면 드라마 속 홍해인의 병명은 ‘교모세포종(GBM)’이라고 볼 수 있다. 교모세포종은 뇌종양 중에서도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암으로 분류된다.
종양제거술, 방사선·항암요법을 병행해도 평균 2년 정도 밖에 살지 못한다. 교모세포종은 뇌 조직 전반에 생기는 암으로, 정맥주사로 투여하는 기존 항암제로는 뇌에 암 사멸 효과를 충분히 전달하기 어렵다. 이는 앞서 진행된 임상 연구들이 실패를 거듭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CAR-T 치료제는 향후 ‘완치 가능성’을 열어줄 신약으로 평가 받는다. 최근 교모세포종을 적응증으로 한 CAR-T 치료제 연구 논문들을 살펴보면 정맥 투여 방식으로도 종양 크기를 눈에 띄게 줄였다는 보고들이 이어진다.
지난 3월 글로벌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연구진은 3명의 교모세포종 환자에게 CAR-T 약물을 투여한 결과, 모두 종양 크기가 줄어들었고 한 명은 효과가 6개월 이상 지속됐다고 보고했다.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연구진도 교모세포종 환자 6명에게 뇌척수액을 통해 CAR-T 치료제를 주입했을 때 종양 크기가 빠르게 축소된 것을 확인했다. 일부 환자는 수개월 간 효과를 유지했다고 발표했다.
안데스반 교수는 “미국에서는 CAR-T 치료제와 관련해 약 50명 정도가 임상시험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종양을 줄이거나 없애는 데 효과가 있었지만 재발 가능성이 높고 유지 기간이 짧았던 점이 한계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학계는 CAR-T 같은 세포치료제가 뇌종양에 대응하는 강력한 치료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제 막 여러 연구 결과들이 나오는 시점인 만큼 기대를 갖고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