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봄’ 기대하던 건설사, 전쟁 리스크 촉각

‘중동 봄’ 기대하던 건설사, 전쟁 리스크 촉각

기사승인 2024-04-17 14:00:01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습하며 중동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시장 불황으로 인해 해외 수주로 실적을 쌓아가던 건설업계가 중동 리스크에 적신호가 켜졌다. 국제유가와 함께 자잿값 상승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건설업계는 고금리, 원자잿값 인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확대, 미분양 등에 따른 부동산 시장 악화로 주택 사업 대신 해외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16일 해외건설협회가 발표한 ‘2024년 1분기 해외 건설 수주실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총 183개 건설업체는 전 세계 63개국에서 171건의 수주를 따내 55억2000만 달러(한화 약 7조6452억원)의 누적 해외수주액을 기록했다. 특히 업계가 주목한 곳은 중동이다. 통계에 따르면, 1분기 중동 수주액은 24억달러로 전체 해외 수주액의 44%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는 △ HD현대중공업 카타르 알 샤힌 유전 고정식 해상플랫폼(11억5000만달러), △ SGC이테크 건설 사우디 SEPC 에틸렌 플랜트(5억달러), △ 한국서부발전 오만 마나1 태양광 발전(1억3000만달러), △ 쌍용건설 UAE 크릭 워터스 주택(2건, 2억2000만달러) 등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중동에서 수주를 이어가며 ‘제2의 중동 봄’을 기대하던 상황에서 전쟁 리스크를 맞이했다. 이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밤부터 14일 오전 시리아 내 자국 영사관이 공격당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에 드론과 미사일을 200발 넘게 발사했다. 이스라엘도 재보복에 대한 검토에 들어가며 5차 중동전쟁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쟁 리스크가 지속될 시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원자잿값 상승과 금리인하가 지연될 우려가 있다. 현재 업계는 건설 자잿값과 인건비 등 공사비 급등으로 인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주요 건설자재 수요 동향 및 전망’에 따르면 2020~23년간 건설공사비 지수는 120.1에서 153.4로 27.6% 상승했다. 이는 건설시장 역대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이다.
 
건설 업계는 전쟁 리스크를 주시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큰 영향이 있지 않지만 리스크가 장기화 될 경우 위험 요소가 있다.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 업계 관계자도 “중동에 진출한 건설 현장이 전쟁 지역과는 거리가 있어서 직접적인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이나 유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원자재 가격 인상이 우려돼 추후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리스크는 유가 상승을 자극하는 직접 요인이다. 이는 건설 업계 해외 수주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택 업황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 연구원은 “국제유가 상승에 의한 인플레 압력 가중, 금리 인하 지연 등의 이유로 주택 실질 수요 회복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며 “주택 업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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