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8월 전당 대회를 앞두고 중진 의원들은 당 대표직에 도전하는 대신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출마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의장 경선에 결선 투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최고위 회의 후 “지금까지 고득표자를 당선자로 했던 것을 재적 과반 득표로 선출키로 했다”며 “결선 투표를 도입해 과반 득표자가 없을 시 최다득표자와 차점자가 결선을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국회의장 경선 절차를 강화한 이유는 이번 총선에서 5~6선 당선자들이 대거 배출되며 차기 국회의장 경쟁에 과열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관례적으로 국회의장은 원내 1당 최다선 의원 2명이 각각 2년씩 맡아 왔다.
현재 국회의장 도전 의사를 밝힌 6선 조정식 전 사무총장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5선 정성호 의원이 있다. 이 외에도 5선 김태년·안규백·우원식·윤호중 의원, 올드보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음 달 3일 예정인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는 통상 3~4선 의원들이 후보로 나선다. 그러나 22대 국회에서 3선 이상 중진 의원은 54명에 달한다. 4선에서는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 홍익표 현 원내대표와 경쟁한 김민석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 되고 있다. 3선에서는 박찬대 최고위원이 지난 21일 첫 출사표를 냈다. 이외에 3선 중에서는 정무직을 지낸 강훈식·김병기·한병도 의원과 송기헌·전재수·조승래 의원 등이 물망에 올랐다.
국회의장과 원내대표를 두고 당내 샅바 싸움이 심화된 배경엔 이 대표의 ‘연임설’이 무관하지 않다. 이 대표의 ‘당권 재도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자 당권 주자 후보군인 4~5선 중진 의원들이 일찌감치 눈을 돌렸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총선 대승을 이끈 이 대표가 연임해야 당내 통합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정권 견제가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2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 대표 연임설에 대해) 당내 찬반양론이 있다”며 “이 대표가 지금까지 충분히 해왔는데 또 2년간 정치적 부담을 지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시각과 앞으로 2년간을 책임 있게 당을 운영하는 게 맞다는 시각”이라고 말했다.
조정식 의원도 같은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당내에선 연임 쪽으로 분위기가 넓어지고 있다”며 “차차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도 총선 이후 대표 연임설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총선 전 불출마 의사를 내비친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이 대표는 지난달 10일 “당 대표는 정말 3D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불출마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한편 차기 당대표를 선출은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