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주가가 올해 들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 때 개인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 국민주 자리에 등극했으나 최근에는 근심 기업으로 전락한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성장을 위한 로드맵을 상실했다고 지적한다.
증권사, 카카오 목표주가 ‘줄하향’…성장 로드맵 ‘불투명’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8개 증권사가 카카오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 목표주가를 종전 7만5000원에서 6만8000원으로 9.3% 내렸다. 다올투자증권, 교보증권,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상상인증권 등도 최대 10% 이상 목표주가를 낮췄다. 카카오 주가는 한 때 17만3000원까지 올랐으나 지난 23일 종가 기준 4만7500원으로 72.54% 급감했다.
개인투자자들은 불만을 표하고 있다. 카카오 투자자인 A씨(32세·직장인)는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5만원이 무너지고 좀체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참담한 심정이다. 주가개선 의지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최소한 주주환원 의지라도 보여야 했으나 이에 대한 진실성을 찾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실제 카카오는 올해 제29회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당 61원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경쟁사인 네이버의 주당 790원 현금배당 시행에 비하면 주주환원정책이 미약한 수준이다.
카카오는 올해 1분기 실적도 시장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상상인증권은 카카오가 1분기 매출액 1조9695억원, 영업이익 1062억원으로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이라 예상했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회계처리가 바뀌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영업권 상각 규모가 지난 2022년 7015억원에서 지난해 1조4833억원으로 커지고, 회계처리가 변경돼으로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러워 졌다”고 설명했다.
성장 로드맵도 불투명하다. 카카오는 최근 몇 년간 사업 분야를 늘리는 것에 집중하며 ‘문어발 확장’ 논란을 겪었다. 지난 2월 기준 카카오 계열사는 137개사다. 이 중 상장회사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등이다. 외부 투자자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해 증시 상장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상장 당시 ‘쪼개기 상장’ 비판도 일었다.
쪼개기 상장은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로 돌아왔다. 일례로 카카오페이 주가는 지난 23일 기준 공모가(9만원) 대비 62.38% 하락했다. 계열사 주가 하락에 따라 그동안 카카오가 보여온 성장 모델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규 성장 사업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게 투자업계의 분석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카카오 성장 전략이 신규 사업 확장에 따른 전체 카카오 공동체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였다”며 “현재는 연결고리가 쉽지 않고 이를 타개할 성과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끝없이 터지는 ‘내부 문제’ 이슈…투자자 탄식 ‘일파만파’ 확산
카카오의 성장 로드맵에 물음표가 붙는 가운데 끊임없이 터지는 내부 문제는 투자자들의 불신을 불러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에스엠(SM) 인수 과정에서의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이다. 앞서 카카오는 에스엠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경쟁 상대방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총 2400억원을 투입해 553회에 걸쳐 에스엠 주식 시세를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 이상으로 상승·고정시키려 한 혐의를 받는다. 이와 함께 관련된 대량 보유 보고의무(5%룰)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해 4월 경기도 성남 판교 소재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다. 아울러 카카오 경영진을 검찰에 송치했다. 현재 검찰은 에스엠 시세조종 과정에서 카카오와 공모한 혐의를 받는 사모펀드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를 구속기소 한 상태다. 먼저 기소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카카오 법인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김범수 전 의장도 시세조종 사건과 관련해 소환 조사가 필요하단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더해 경영진의 모럴헤저드 문제도 계속 지적된다. 지난 2022년 10월 데이터센터(IDC)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는 부여받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매각으로 94억3200만원의 차익을 챙겼다. 스톡옵션은 기업이 임직원에게 회사 주식을 일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남궁 전 대표는 카카오 대표로 재직하면서 주가 상승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던 인물인 만큼 그의 스톡옵션 행사는 도덕적 논란을 불러온다. 남궁 전 대표는 카카오 대표 내정 당시 “연봉과 인센티브 일체를 보류하며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이 되는 그날까지 최저임금만 받도록 하겠다”면서 “대표이사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다면 그 행사가도 15만원 아래로 설정하지 않도록 요청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남궁 전 대표가 지난해 상반기 행사한 스톡옵션은 카카오가 아닌 카카오게임즈 대표 역임 시절 받은 것이지만, 시장은 카카오 주가 15만원 이하에서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던 주주들과 약속을 어긴 것으로 봤다.
증권가에선 카카오의 성장성이 하락하는 현 시점에서 구체적인 타개책을 선보여야 한다고 꼬집는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광고와 커머스를 제외한 사업부들의 성장성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국면인 만큼 이를 반전시킬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