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전 이재명 더불어민주 대표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만나 ‘범야권 공조’에 뜻을 모으면서, 간접적으로 대통령실에 특검 수용을 압박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대표와 의제 제한 없이 현안을 논의하기로 하기로 했지만 오히려 부담만 커졌다는 평가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29일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영수 회담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차담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두 사람은 대통령실의 요청에 따라 사전 의제 조율 없이 회담 당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양측은 영수 회담 의제 설정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민주당이 의제로 △지난 국정 운영에 대한 대국민 사과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자제 △채상병 특검법 수용 △민생회복지원금을 위한 13조원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요청하자 대통령실에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사전 의제를 정해두지 않은 만큼 민주당은 회담 당일 각종 ‘특검법’ 등 민감한 의제를 꺼내들 전망이다. 천준호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영수회담 준비 회동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법도 의제로 다룰 예정이냐’는 질문에 “특정 의제를 제한하거나 어떤 의제는 안 된다고 얘기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특히 대통령실의 부담은 이 대표가 조 대표와 회동을 통해 ‘반윤 연대’를 꾸리며 한층 더 높아졌다.
이 대표와 조 대표는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졌다. 민주당은 회동 종료 뒤 “공동의 법안 정책에 대한 내용 및 처리 순서 등은 양당 정무실장 간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두 당은 ‘공동 법안’ ‘처리 순서’ 언급하며 쟁점 법안 처리 공조를 시사했다. 두 대표는 회담을 통해 이미 공감대를 이룬 각종 특검법에 대한 협력 추진 등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조국혁신당은 총선 직후 대통령실을 향해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수용을 강조한 바 있다.
두 당이 협력하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을 의결할 수 있게 되는 점도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신속처리안건을 의결하기 위해서는 최소 180석의 의석수가 필요하다. 171석을 가진 민주당이 조국혁신당과 합치면 총 183석에 이르게 된다.
이 대표가 영수회담 전 조 대표와 추가 논의를 나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표는 “양당 대표가 수시로 의제 관계없이 자주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편 민주당은 다음달 2일 본회의를 열어 ‘채상병 특검법’ 강행 처리를 예고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