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아닌 모든 노동자 삶부터 세심히 살피길 [데스크칼럼]

조합원 아닌 모든 노동자 삶부터 세심히 살피길 [데스크칼럼]

기사승인 2024-05-02 06:00:08
“일한 만큼 받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했습니다” “오늘 비정규직은 일하고 정규직은 쉽니다.”
5월1일 근로자의날 서울 도심에서 울려 퍼진 노동자들의 외침이다. 양대 노총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날 3만명이 넘는 조합원이 참여한 가운데 광화문, 여의도 등 서울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행진을 했다.

노동절이라고도 불리는 이날은 법정기념일이다. 4월5일 식목일처럼 휴일이 아니어도 근로기준법에서 5인 이상 기업(사업장)인 경우 유급휴일로 정해 노동자에게 휴식권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절인 이날에도 여전히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쁘면 공짜 야간노동을 시키고, 일이 없을 땐 근무인원을 줄여 노동절에도 못 쉽니다.”
노동절을 하루 앞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비정규 대표 100인 10대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나온 호소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겐 유급연차휴가, 연장·휴일가산수당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 하청노동자와 기간제교사 등 비정규 노동자들은 여전히 법의 사각지에 있다. 건설현장과 뿌리산업업체(3D업종) 등 내국인들이 꺼리는 곳에서 땀 흘리려 일하는 이주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노동절 대규모 집회를 열었던 양대 노총이 지금까지 노동권 개선에 많은 기여를 해 온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다만 모든 노동자들을 위해 노력했는지는 의문이다. 노조 집행부 세습과 파벌화, 카르텔 형성 등을 지적하며 양대 노총을 탈퇴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또한 노동권보다 정치적 구호를 일삼는 강성 노조에 신물이 난 젊은층은 소위 ‘MZ노조’를 구성해 노동운동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노동자를 대표해 왔던 ‘녹색정의당(옛 정의당)’은 2000년대 초반 민주노동당의 화려했던 명성을 뒤로 한 채 이번 22대 총선에서 외면 받았다. 총선 결과는 국회의원 1명도 배출하지 못하며 원외정당으로 전락했다.

양대 노총인 대기업 노동자들은 평균 임금보다 많이 받으며 법률에서 정한 근로권을 보장받고 있다. 노동계를 대표했던 정치인들도 억대가 넘는 세비를 받으며 편안한 삶을 유지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어떠한가? 근로복지에서 최우선인 임금에서부터 10년 전과 다를 바 없다. 중소기업 초봉평균은 2014년 2600만원에서 지난해 2800만원(잡코리아 기준)으로 2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10년간 물가 상승률(18.47%)에도 미지지 못하는 수준이다. 중소기업의 실질 임금은 줄어든 셈이다. 비정규직 등 소외된 이들의 연봉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이마저도 일자리가 없어 청년들은 취업난에 허덕인다.

그동안 양대 노총도 정치권도 이들에게 관심을 가진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노조 조합원이 아니라는 이유,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것은 아닌지.

“모든 노동자의 노동 기본권 보장하라” “차별 없는 노동권을 보장하라”라는 구호처럼 양대 노총과 정치권이 노동자들의 내부 목소리에 보다 세심하게 귀를 기울이길 염원한다.

김태구 사회부장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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